헌재 게시판 도배한 ‘尹 탄핵 반대’ 글, 알고보니 ‘매크로’

입력 2025-11-11 13:52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던 시기 반복 입력 자동 프로그램(매크로)을 이용해 헌법재판소 누리집 게시판에 ‘탄핵 반대’ 게시글을 게시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이 유포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탄핵 반대 게시글은 23만건에 달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유포한 남성 A씨(38)를 비롯한 58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9~10일 매크로 프로그램을 유포하고 이를 통해 헌재 누리집에 탄핵 반대 글을 반복적으로 게시해 누리집 정보처리에 장애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 탄핵 반대 딸깍으로 끝내기’라는 글과 함께 링크를 게시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접 4만4000여건의 글을 자동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A씨가 올린 링크를 따라 57명이 19만건의 탄핵 반대 글을 반복적으로 올리면서 헌재 홈페이지 게시판은 접속이 제한되기도 했다. 송치된 피의자 중 남성은 41명, 여성은 17명이다. 30대가 3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16명), 40대(9명), 50대(3명) 순이었다. 피의자 중 21명은 직업이 없었다. 그 외 회사원(19명), 자영업(7명), 전문직(5명), 학생(4명), 기타(2명) 등이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크로 등 불법 자동화 프로그램을 악용한 불법 행위 전반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상시 점검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매크로를 악용한 여론 조작뿐만 아니라 티켓 예매, 상품 거래 등에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도 물을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 갈등 사안이나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매크로를 이용해 시스템을 교란하거나 정보 처리에 장애를 발생하는 행위는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