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각종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가 ‘전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정신적으로 이끌어줬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11일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씨 속행 공판을 이날 열었다.
증인으로 나온 브로커 김씨는 2022년 대선 때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후로 전씨에게 국세청장 임명 문제를 더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파견, 경찰 인사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전씨에게 은행장과 여신금융협회장 등 인사청탁을 하는 한편 강석훈 전 의원 청와대 기용도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김건희 특검이 2022년 4월 전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강석훈 교수가 실력도 있고, 충성심도 있다. 경제수석 경험도 있으니 경제수석으로 쓰면 좋을 거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맞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김씨는 전씨에게 박현국 봉화군수와 박창욱 경북도의원 공천을 청탁한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또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전씨와의 일화도 증언했다.
김씨는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하기도 하고 (대통령 당선에) 공헌도 했다고 생각한다”며 “정신적으로 대통령 부부를 끌어줬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전씨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느냐’고 묻자, 김씨는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당시부터 영향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윤 전 대통령이) 추미애 전 장관에게 고초를 겪을 때도 (전씨가) ‘견디면 앞으로 좋은 게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윤 전 대통령이)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사표를 낸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를 상의하니까 전씨가 ‘사표 내지 말아라. 거기서 귀인을 만날 것’이라고 해서 사표를 안 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안철수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을) 국회의원으로 영입하고 싶다고 해서 전씨에게 상의하니 ‘그렇게 하지 말아라. 더 귀인이 올 것’이라고 했고, 이후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민주당에 영입하려 했는데 그때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랬더니 윤 전 대통령이 ‘그럼 내가 뭘하냐’고 물었고, 전씨는 ‘대통령을 하라’고 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전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윤 전 대통령이 ‘황교안보다는 내가 낫다’고 답했다고 한다”면서 “전씨가 ‘그러니까 (대통령을) 해라’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와 전씨 관계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씨는 “전씨에게 들어서 아는데, 대통령 부인이 정신적으로 약간 병이 있는데 그런 것도 달래주고, 발리 같은 데 갈 때도 전화해서 ‘이번에는 누구를 조심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그런 걸 들으면 이분(전씨)은 대통령 부부가 버리지 않는 한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구체적인 상황을 묻는 재판부에 “전씨가 (김 여사가) 약을 먹어야 한다고,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이야기해줬다”며 “구체적으로 이야기는 안 해도 전씨가 (김 여사를) 많이 위로해 주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던 상황을 거론하며 “당시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사이가 멀어졌다고 이야기했다”고도 말했다.
김씨는 당시 전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왜 나한테 큰절을 안 하냐’고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법당에선 큰절을 하지만, 밖에 아무 데서나 큰절을 한다고 했냐”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그래서 제가 이제 사이가 끝났구나 생각했다”며 “그 이후에 추천된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달 15일이나 23일 변론을 마무리하는 결심공판을 진행키로 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