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간대 택배를 배송하던 30대 노동자가 1t 화물차를 몰고 가다 전신주를 들이받고 숨졌다. 숨진 노동자는 쿠팡 협력업체 소속으로, 새벽배송 업무를 전담하고 있었다.
11일 제주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새벽 2시10분쯤 제주시 오라2동의 한 도로에서 A씨(33)가 몰던 1t 화물차가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찌그러진 차량 운전석에 몸이 끼어 중상을 입은 A씨가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후 3시10분쯤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제주시 오라동 쿠팡 1캠프에서 새벽배송을 담당하던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택배노조 제주지부에 따르면 쿠팡 새벽배송반 노동자는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근무한다.
쿠팡은 다른 택배사와 달리 근무시간 중 택배가 집화되는 캠프로 여러 차례 물품을 받으러 가야하는 다회전 배송 방식을 적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 노조는 사고 지점이 캠프 인근인 것으로 미루어 배송 중 캠프에 물건을 가지러 오가는 상황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사고 며칠 전인 지난 5~7일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고 충분히 쉬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전국택배노조 제주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쿠팡 측에 노동자 사망 사건 경위를 즉각 공개하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택배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대해 쿠팡 전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시행을 요구하고, 제주도에 대해서는 지역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A씨의 빈소는 이날 오후 제주시 내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