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욕심에 나무 1200그루 싹둑… 토지 편법 개발한 공인중개사 구속

입력 2025-11-11 11:21 수정 2025-11-11 11:30
2022년 훼손되기 전 임야(사진 위)와 2024년 훼손된 이후 사진.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땅값을 올리기 위해 임업후계자로 등록하고 나무 1200그루를 무단 벌채하는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한 경기지역 공인중개사가 구속됐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제주 지정문화유산인 A연대 인근 산림 6000㎡를 훼손하고,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내 토지 1만여㎡의 형질을 불법 변경한 부동산개발업자 B씨(60대)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사 내용에 따르면 B씨는 2023년 제주시 구좌읍 소재 임야 1필지와 농지 3필지 등 총 4필지(1만3953㎡)를 10억2500만원에 매입한 뒤, 임야를 분할해 대부분의 토지를 개발이 제한된 문화유산보호구역과 공익용 산지, 보전산지 구역에서 제외되도록 만들었다.

이후 토지 가치를 높이기 위해 팽나무와 소나무 등 자생 수목 1200본을 무단 벌채하고, 굴삭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농지와 임야 1만여㎡의 형질을 변경했다.

B씨는 벌채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임업후계자로 등록하고, 지인에게 농사를 짓게 하는 방법으로 농업경영체 등록까지 마쳤다. 약초를 재배할 것처럼 토지에 종자를 뿌렸지만 실제 재배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제주에는 주소지만 둔 상태였다.

B씨는 또, 자신 소유의 임야를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 매도하고, 그 중 일부 평수(20여㎡)를 배우자에게 ㎡당 330만원이라는 고가에 판매해 거래 기록을 인위적으로 부풀린 정황도 확인됐다.

실제 B씨는 2년 전 10억2500만원에 매입한 토지(1만3953㎡) 중 약 60%에 해당하는 8264㎡를 50억원에 판매하려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수사 과정에서 B씨는 굴삭기 기사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하고, 수사기관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자치경찰은 B씨가 훼손한 산림 면적이 5000㎡를 초과함에 따라 B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림) 혐의를 적용했다. 문화유산법, 산지관리법, 제주특별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이번 사건은 특정 지역에서 나무가 지속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관할 시청 직원의 문의로 수사가 시작됐다.

형청도 제주도 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훼손된 산림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며 “산림훼손 및 환경훼손 사범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엄중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산림훼손 면적이 5000㎡ 이상인 경우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문화유산법에서는 허가없이 지정 문화유산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산지관리법상 무단 형질 변경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제주특별법상 제한 행위를 위반한 형질 변경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