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원짜리 수표에 민생쿠폰까지…올해도 찾은 ‘기부천사’ [아살세]

입력 2025-11-11 11:10 수정 2025-11-11 13:10
익명의 기부자 A씨가 지난 5일 오전 울산 북구 효문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한 기부금. 울산 북구 제공

매년 11월이면 울산 북구 효문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수천만원을 건네고 떠나는 익명의 기부자가 있습니다.

13년째 나눔의 온기를 전하고 있는 그는 올해도 1000만원짜리 수표 한 장과 민생회복 소피 쿠폰 두 장 등 총 1068만7000원을 전달했습니다.

그는 “큰돈은 아니지만 이렇게 기부를 할 수 있는 것도 고마운 일”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11일 북구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0시쯤 한 중년 남성이 효문동 행정복지센터에 들어왔습니다.

센터 관계자는 이맘때가 되면 찾아오는 그의 얼굴을 알아보곤 반갑게 인사했다고 하네요. 이 남성의 정체는 해마다 기부를 이어가고 있는 A씨였습니다.

A씨는 곧바로 수표(1000만원)와 현금(40만7000원), 민생회복 소비쿠폰 카드 두 장(28만원) 등 총 1068만7000원을 센터 관계자에게 건넸습니다. 그는 “올해는 벌이가 예년 같지 않아 이 정도뿐”이라며 미안한 마음을 전달했다고 하네요.

A씨는 2013년 11월 난방유상품권 1000만원어치를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효문동 행정복지센터에 상품권 또는 현금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성금 20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그가 이렇게 전달한 성금은 효문동 지역 취약계층 생계비와 의료비 등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중증장애인과 복지사각지대 위기가구 100세대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데 사용됐다고 하네요.

A씨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고, 여력이 돼 큰돈은 아니지만 이렇게 기부를 할 수 있는 것도 고마운 일”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잘 전달해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센터 관계자는 “13년 동안 기부를 이어간다는 게 어려운 일인데, 기부자님의 따뜻한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습니다.

센터는 올해 전달된 기부금으로 물품을 구매해 취약계층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