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덮고 쪽잠…APEC 동원 경찰 ‘홀대’ 논란

입력 2025-11-11 10:07
모포를 받지 못 해 폐지를 덮고 자는 경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동원된 경찰들이 제대로 된 숙소와 식사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숙소가 제공되지 않아 폐지나 모포를 덮고 자는 등 환경이 열악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행사 사진전’을 연다고 밝혔다. 12일과 14일에는 국회 앞에서 사진전을 연다.

영화관에서 대기 중인 APEC 동원 경찰관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직협은 전날 APEC 정상 회의 당시 현장 경찰관들의 근무 모습이 담긴 사진을 일부 공개했다. 사진에는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이 대기 장소에서 상자를 이불 삼아 쪽잠을 자거나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 앞에서 단체로 모포를 깔고 자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일부는 낡은 모텔이나 산속 여관에서 묵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직협 측은 “모포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곳이 있어 폐지를 줍는 분에게서 상자를 빌려 덮은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영화관 복도에서 잠을 청하는 경찰관.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도 도시락을 받지 못해 사비로 밥을 사 먹거나 추운 날씨에 찬밥을 먹었다는 증언들이 올라왔다.

직협은 언론 공지를 통해 “경찰청, 경북경찰청, APEC 기획단이 1년간 준비한 세계적 행사에 동원된 경찰관들의 열악한 환경과 복지를 알리겠다”며 경찰 지휘부 대상 직무 감사를 통한 전수조사,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