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재판 지면 2조 달러 환급해야, 안보 재앙”…‘공포 마케팅’

입력 2025-11-11 07: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 도중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대법원 관세 재판에서 정부가 질 경우 환급해야 할 관세와 투자금이 2조 달러(약 2913조원)가 넘을 것이라며 국가 안보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에서 관세 정책을 심리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여론전’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우리가 관세 수입과 투자에서 환급(pay back)해야 할 실제 금액은 2조 달러가 넘을 것”이라며 “그 자체로 국가 안보 재앙”이라고 밝혔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관세 환급액이 10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의 계산은 그리어 대표의 추정치보다 10배 가까이 된다. 트럼프가 말한 환급액에는 한국과 일본 등이 앞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총액까지 합산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3500억 달러, 일본은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트럼프는 “급진 좌파들은 관세 환급액을 왜곡하고 있으며 대법원에서 우리 입장에 반대하는 자들은 환급액을 실제보다 낮게 제시해 법원이 이 끔찍한 상황에서 빠져나가기가 쉽다고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에서 우리 입장에 반대하는 자들은 무정부주의자들과 폭도들이 밀어 넣은 이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쉽다고 법원이 생각하도록 낮은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에서도 정부가 패소하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포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트럼프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각국에 관세를 부과한 것이 적법한지를 심리 중이다. 재판 전에는 전체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돼 정부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5일 첫 심리에서는 보수 성향 대법관들조차 트럼프의 관세 부과 권한에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앞서 1심과 2심 모두 트럼프가 IEEPA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대법원 심리 이후 연일 관세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에도 관세 수입을 활용해 고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최소 2000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인도에 부과한 50%의 관세율을 인하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열린 세르지오 고르 주인도 대사 취임선서식에서 “우리는 인도와 협정을 맺을 것이며 과거와는 매우 다른 협정”이라며 “모두에게 유리한 협정을 체결하는 데 매우 가까워졌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인도에 상호관세 25%에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다는 이유로 징벌성 관세 25%를 더해 총 50%의 관세를 지난 8월 말부터 부과하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