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스토킹 신고 ‘상담문의’로 기록… 맞춤순찰 없어 추가 피해

입력 2025-11-10 15:30
10일 감사원 감사 결과 경찰이 스토킹 사건을 단순한 ‘상담문의’로 기록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사례가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민일보 DB

경찰이 스토킹 사건을 단순한 ‘상담문의’로 기록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사례가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피해자가 신청한 시간에 순찰하지 않아 추가 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찰청 및 서울·부산경찰청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서울경찰청과 부산경찰청의 112신고 중 상담문의, 기타형사범 등으로 지정된 사건 중 ‘스토킹’ 연관 단어가 포함된 9098건을 분석했다. 경찰청의 스토킹 대응 지침에 따르면 112상황실은 스토킹 범죄 신고 접수 시 시스템에 상담문의, 기타형사범이 아닌 ‘스토킹’으로 따로 분류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원 조사 결과 총 385건의 스토킹 범죄가 상담문의, 기타형사범 등에 포함됐다. 스토킹 범죄로 신고했는데도 112상황실이 ‘스토킹’으로 분류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스토킹으로 분류하지 않은 4건의 사례에서 폭행, 강제추행 등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맞춤형 순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적발됐다. 경찰청은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주거지 순찰 강화 등 안전조치를 수행해야 한다. 특히 스토킹 피해자가 맞춤형 순찰을 신청했다면 이를 이행해 추가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이 스토킹 피해자의 맞춤형 순찰 신청 사례 2009건을 분석한 결과 28건의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은 스토킹 피해자가 지정한 시간대에 다른 사건을 처리하거나 지구대에서 대기하다가 가해자로부터 목이 졸리는 등 피해를 막지 못했다.

감사원은 경찰청장에게 스토킹 범죄 신고를 다른 사건으로 잘못 지정하지 않도록 학대예방경찰관 업무 지원시스템에 스토킹 범죄 관련 112신고의 키워드 자동 검색 기능 등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맞춤형 순찰과 관련해서는 정보 알림과 순찰 확인 기능을 마련하는 등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아울러 감사원 감사 결과 4년 전 도입된 자치경찰위원회(자경위)가 별도 조직과 예산 없이 운영돼 실질적인 권한 행사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선 경찰청 중심의 일원적 지휘체계가 여전히 유지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역 맞춤형 치안 서비스 발굴 등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개선책 마련에 활용하라고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 권고했다.

이밖에도 감사원은 검·경 수사권 조정 후 보완수사요구와 재수사요청이 미흡했고 수사 인력 재배치가 합리적이지 못했다며 조정할 것을 통보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