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전만 10년…장애인 건강권의 ‘청사진’ 종합계획, 이번에는?

입력 2025-11-10 15:09 수정 2025-11-10 16:06
국민일보 DB

정부가 10일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장애인 건강 종합계획)’ 수립을 위해 장애계와 간담회를 가졌다. 장애인 건강 종합계획은 장애인 보건·복지 정책의 방향성을 담아내는 청사진이란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사업별로 구체적인 목표와 추진계획 등이 담겨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7곳 장애인단체가 참여한 간담회에선 ‘장애인 건강 종합계획’ 수립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연내 종합계획 수립을 목표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건강 종합계획’은 2015년 제정된 장애인건강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수립논의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복지부 내 소관 부서인 ‘장애인건강과’가 2023년에 신설된 뒤에야 물꼬를 텄다. 그러나 근거법 제정 이후 10년이 흘렀음에도 현재는 종합계획 없이 ‘장애인 건강검진기관 지원’ ‘장애친화 산부인과 운영 지원’ 등 개별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매년 관련 사업은 실적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5년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사업 안내 지침’에 따르면 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은 2022년 기준 63.5%이다. 전체 인구 평균 74.9%보다 11.4% 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정된 장애인 건강검진 기관은 지난달 국정 감사에서 82곳 중 62.2%에 해당하는 51곳이 필수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전국 10곳에 불과한 현실 속에서 장애인 출산 여성은 2023년 기준 1031명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장애계에선 이 같은 장애인 건강관리 사업이 미비한 이유를 ‘장애인 건강 종합계획’의 부재에서 찾는다. 박주석 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 건강권 관련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할 종합계획이 없으니 개별 사업을 시작만 할뿐 목표와 구체적인 달성 계획이 후속적으로 나오질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업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종한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부회장은 “종합계획에는 장애인 이동권, 의료 서비스 이용, 요양·돌봄 등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목표, 계획 등이 상세히 담겨야 한다”면서 “장애인 통합돌봄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