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체납자 집 수색하니…에르메스백·순금 쏟아져

입력 2025-11-10 14:48 수정 2025-11-10 15:34
체납자의 집에서 발견된 에르메스 가방들. 국세청 제공

A씨는 소득이 없는 데도 거액의 소송 비용을 감당하면서 자녀의 해외 유학비와 체류비도 책임졌다. 하지만 세금은 내지 않았다. 부동산 양도소득세 체납액이 100억원이 넘었다. 과세당국은 A씨에게 재산은닉 혐의가 있다고 보고, 그를 상대로 추적조사를 벌였다.

서울시 합동수색반은 탐문을 통해 A씨가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A씨의 금융거래 입출금 내역을 분석해 실제 거주지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렌지색 상자에 담긴 에르메스 가방 60점을 발견했다. 현금과 순금 10돈, 미술품 4점 등도 확인했다.

국세청과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7개 광역자치단체와 공조해 A씨처럼 재산 은닉 혐의가 있는 고액·상습 체납자를 합동 수색했다고 10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추적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고액·상습 체납자는 18명이다. 이들의 체납액은 약 4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호화생활을 누린 것으로 파악됐다.

결제대행업 법인 대표이사인 B씨는 종합소득세 수억원을 체납했다. 금융거래 추적 결과 B씨는 사용처가 불분명한 상당한 현금 인출, 소득 대비 소비지출 과다 등 재산 은닉 혐의가 있어 추적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캐리어에서 발견된 돈다발. 국세청 제공

합동수색반은 B씨의 주소지를 한 차례 수색해 현금 1000만원과 고가의 시계 2점 등을 압류했다.

합동수색반은 수색 결과 예상보다 현금이 적었던 점과 B씨의 태연한 태도로 미뤄볼 때 수상하다고 느껴 복귀하지 않고 다시 잠복해 주변 CCTV 확인했다. 그 결과 B씨의 배우자가 캐리어 가방을 몰래 옮긴 사실을 확인하고 2차 합동수색을 통해 캐리어 가방에 숨겨진 현금 4억원을 포함, 총 5억원가량을 압류했다.

이번 합동수색으로 국세청과 지자체는 현금 약 5억원, 명품 가방 수십여점, 순금 등 총 18억원 상당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수색 대상으로 선정한 경우 국세부터, 지자체 선정 시 지방세 체납부터 충당하게 된다.

압류된 가방은 각 지방청에서 전문 감정기관을 통해 감정한 후 공매 절차를 밟는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날 “이번 합동수색은 조세 정의 구현 차원에서 고액·상습 체납자 부처 간 협력 강화를 실천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를 계기로 세금을 고의로 회피하고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상습 체납자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끝까지 추적하고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