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골프의 간판 박상현(42·동아제약)은 작년 5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통틀어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호사가들은 작년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선배 최경주(55·SK텔레콤)에게 2차 연장전에서 패해 2위에 그친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스윙임에도 자신의 스윙에 문제가 있어 부진했다고 진단했다. 그가 KPGA투어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올해가 최악의 한 해였다”고 말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올해 딱 한 차례 ‘톱10’ 입상이 우승이었던 지난 8월 동아회원권그룹 오픈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3개월여 뒤인 지난 9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테디밸리골프앤리조트에서 끝난 투어 챔피언십에서 시즌 두 번째 ‘톱10’인 2승째를 거뒀다.
그는 우승자 인터뷰에서 “사실 샷과 스윙 부문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샷에 대한 믿음이 컸고 마지막날 바람이 많이 불면서 오히려 좋은 결과 생겼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앞으로 샷적인 부분을 많이 보완을 해야 될 것 같다. 올해 톱10에 딱 2번 들었는데 2번 다 우승했다. 나머지는 아쉬운 성적이었다. 그래도 올 시즌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자신의 올 시즌을 평가했다.
아내의 길몽 때문에 우승하게 됐다며 우승 공을 아내에게 돌리기도 했다. 박상현은 “수요일에 아내가 연락이 와서 ‘똥꿈을 꿨는데 담으면 담을수록 안 담기더라, 좋은 꿈 같은데 사지 않겠냐’라고 해서 아내한테 천원에 꿈을 샀다”며 “그러고 첫 날부터 좋은 결과 나오며 이번 주 잘하면 우승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향후 계획도 밝혔다. 박상현은 “시니어투어로 가기 전까지는 뛰지 현역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다만 언제까지 뛰는 것을 계획하기 보단 지금 어린 선수들과 변별력을 가지고 우승 경쟁을 하면서 계속 투어를 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우승을 하면 우승자가 코스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이번 대회는 출전 선수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찬사를 쏟아냈다.
박상현도 “수리지가 전혀 없다. 그린이 특히 좋다”라며 “대회라서 좋은 게 아니라 항상 컨디션이 정말 좋다. 골프장은 올해 토너먼트 코스 중 ‘톱3’ 이내에 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좋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