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할 때면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하게 답을 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말하는 선수가 있다.
황유민(22·롯데) 같은 선수다. 그는 인터뷰를 할 때 자신의 견해를 적절한 키워드를 섞어 가며 조리있게 설명한다. 때론 기자들의 폭소를 자아낼 정도로 유머도 곁들인다. 우문을 해도 돌아오는 답은 언제나 현답이다. 한술 더 떠 돌직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참 똑똑한 선수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CC 서원힐스 코스에서 끝난 KLPGA투어 시즌 최종전 대보 하우스디 챔피언십에서 연장 4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거둔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황유민은 명불허전 인터뷰를 했다.
“올해 KLPGA 우승이 없었서 마지막 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우승이라는 결과로 마무리해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힌 황유민이 받은 첫 번째 질문은 ‘내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진출하는데 KLPGA투어서 활동했던 지난 3년간의 소회를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거기에 대한 그의 답은 자신이 몸담았던 KLPGA를 향한 ‘성장’과 ‘감사’가 키워드였다. 황유민은 “지난 3년간 KLPGA를 뛰면서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라며 “LPGA투어에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KLPGA 덕분에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대회 많이 열어 주신 KLPGA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황유민은 지난달 4일 끝난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스폰서 추천으로 출전해 우승하므로써 내년 LPGA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황유민은 연장 4차전에서 6.4m 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피를 말리는 접전에 마침표를 찍은 상황에 대해 “거리가 좀 있어 다음 연장을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연장 3차전에서 (임)희정 언니의 퍼트 라인과 비슷해서 그 라인을 기억하려 했다. 긴 거리 퍼트를 넣고 우승해서 굉장히 짜릿하다”고 했다.
경쟁 상대의 플레이 장면을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을 만큼 집중하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3년 5개월여만에 통산 6승에 도전했던 임희정(25·두산건설)은 연장 3차전에서 1m 남짓 파퍼트를 놓쳐 먼저 탈락했다. 그리고 기회는 1.5m 가량의 버디 퍼트를 남긴 이동은(20·SBI저축은행)에게 있었다.
하지만 시즌 2승째를 눈앞에 두었던 이동은의 버디 퍼트가 야속하게 홀을 외면하면서 승부는 4차 연장으로 이어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황유민은 “그 때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열렬히 응원해준 팬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황유민은 “골프를 잘 치면 내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해왔는데, 나보다 더 기뻐해 주시는 팬분들을 보니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라며 “(덕분에)행복한 투어 생활을 한 것 같아 진짜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롯데 챔피언십 우승 이후 메인 후원사인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으로 부터 받은 격려가 이번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황유민은 “KLPGA가 내 주된 투어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우승하고 싶었다”라며 “롯데 챔피언십 우승 후 신동빈 회장님이 격려해주셨다”라며 “회장님의 격려에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렇게 우승으로 이어졌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LPGA투어에서도 ‘돌격대장’이라는 별명에 맞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참회에 가까운 답을 내놓았다.
그는 “LPGA투어 이저 대회를 가보니 무조건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난 그동안 공격적인 플레이가 아니라 무모한 플레이를 한 것이었다. 코스 매니지먼트에 따라 공격을 하거나 돌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황유민은 내년 1월에 열리는 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보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통해 LPGA투어 공식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우승보다는 적응에 방점을 찍고 루키 시즌을 보내는 게 목표라는 황유민은 그것을 위해 겨울 동안 쇼트 게임 보완에 주력할 계획이다.
황유민은 “LPGA투어는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 기량도 훌륭한데 난 아직 부족하다”고 자신을 겸허히 뒤돌아 본 뒤 “도전하는 입장인만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서 꼭 세계 1등이 되고 싶다. 그리고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가서 금메달도 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파주(경기도)=정대균골프선임기자(golf5601@kmib.co.kr)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