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마약 확산 막을 마지막 기회… 예산·인력 총동원해야”

입력 2025-11-10 11:22
이종배 서울시의원(마약예방특별위원장)이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약 예방 교육의 중요성과 서울시의 대응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회 제공

“지금이 마약 확산을 막을 마지막 기회입니다. 가용 예산과 인력을 총동원할 때입니다.”

서울시의회 마약예방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1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약 예방·근절을 위한 예산·인력 총동원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마약사법은 전년도 대비 50% 급증했으며, 이 가운데 20~30대 비율이 60%를 육박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생한 이른바 ‘마약 음료 사건’을 계기로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당시 일당은 ‘집중력 강화 음료’라고 속여 미성년자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제공하고 금품을 갈취하려다 검거됐다. 이 사건은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주며 ‘마약 청정국’이라는 인식이 이미 붕괴됐음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이 사건 이후 ‘예방’에 초점을 맞춘 특별위원회를 직접 구성했다. 시의회가 법률을 직접 개정할 수는 없지만, 관련 부처에 건의안을 보내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입국자 대상 간이검사 도입과 마약사범 전자장치 부착 등 실효성 중심의 건의안을 의결해 관계 부처에 전달했다.

서울특별시의회 마약예방특별위원회가 주최한 ‘마약 퇴치와 예방 교육 강화를 위한 법제 개선 방안 토론회’가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시의회 제공

최근 통계도 상황의 심각함을 뒷받침한다. 서울시의회가 발의한 ‘마약 청정도시 서울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연평균 마약사범은 최근 3년간 약 4200명 수준으로 늘었으며, 검거되지 않은 잠재 사범은 13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마약사범은 2만7611명으로 전년 대비 50.1% 급증했고, 그중 20~30대 비율이 58.8%를 차지했다. 이런 수치는 이 의원이 지적한 ‘젊은 세대 중심의 확산’이 현실임을 보여준다.

그는 “20~30대가 마약을 술·담배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검거가 어려워진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경찰청에 따르면 SNS·메신저, 암호화폐를 활용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시 매력 특별시 선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회 제공

예방 교육의 전면 개편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시, 경찰청,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협력해 청소년 대상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의원은 “교실에서 영상만 틀어 놓는 형식적인 교육으로는 효과가 없다”며 “전문 강사가 참여하고 학생 주목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마약 예방 교육은 재미가 아니라 경각심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는 전시(戰時)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국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촉구했다. “모든 부처가 힘을 합쳐야 한다. 마약청을 신설해 전담 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통제 불가능한 사회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 39회 세계마약퇴치의 날' 기념으로 지난 6월 말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마약퇴치:미래를 위한 약속-안전한 서울,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서 이종배(맨 오른쪽) 서울시의회 마약예방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마약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주변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신고하고, 누구나 마약의 위험성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기본 소양을 갖춰야 한다”며 시민 동참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청소년들이 ‘마약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예방 교육을 통해 한 명이라도 더 마약의 위험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지금이 바로 행동해야 할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