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공소 유지를 맡았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검찰 수뇌부가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 것을 두고 “항소포기로 정의실현의 한 축이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강 검사는 9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이번 항소포기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됨은 물론 범죄수익 환수라는 정의실현의 또 다른 한 축이 무너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남욱, 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항소를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강 검사는 이번 항소 포기로 1심이 판단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의 중요 쟁점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잃었다고 지적했다. 강 검사는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1심 재판부도 검사가 증거로 밝힌 사실관계의 거의 대부분을 인정했으나 법리적인 이유를 근거로 일부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법리오해’ ‘사실오인’을 항소이유로 상급심의 판단을 구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천문학적 금액에 해당하는 범죄수익의 환수 문제로서 민간업자 측에 해당하는 피고인들은 중형을 감수하고라도 이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고 적었다.
이번 항소 포기로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는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피고인들이 총 7886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전액 추징을 요구했지만, 1심은 정확한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등으로 뇌물액 473억320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2심에서 추징할 수 있는 범죄수익 상한이 473억원으로 막히게 된 것이다.
강 검사는 법무부가 주장한 ‘검사 구형량의 1/3 이상 선고로 항소 기준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구형 대비 1/2을 항소기준으로 삼는 사건은 ‘전부 유죄’가 나서 ‘양형부당’으로만 항소하는 사건에 국한되기 때문에 ‘일부 무죄’가 선고된 본 사안에는 적용된다고 할 수 없고, 중요 법률 쟁점에 대해 일부 무죄가 난 사건에 대해 양형을 이유로 항소를 포기한 사례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