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냐 진보냐’…맘다니 승리 이후 노선 경쟁 불붙는 美 민주당

입력 2025-11-10 09:01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한 이슬람 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민주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 배출 이후 당의 진로를 두고 논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내년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더 짙은 진보로 가느냐, 더 넓은 중도로 가느냐를 두고 후보 간의 주도권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맘다니의 무상버스 공약 등 진보 정책을 두고서도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사회주의자가 승리하고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두 명의 온건 민주당원이 당선된 것은 민주당의 미래를 둘러싼 싸움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의 미래를 두고 인물과 노선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최근 뉴욕시장 등 지방선거 주요 지역을 싹쓸이했지만 당내에서도 선거 승리에 대한 분석이 엇갈렸다. 맘다니 당선인은 선명한 진보 노선을 강조하며 “민주당은 위대해질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신중함이라는 제단에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애비게일 스팬버거 버지니아 주지사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유권자들은 당파성보다 실용주의를 선택했다”며 ‘실행 가능한 정책’을 강조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상원 당내 경선이 치열하게 맞붙을 메인주와 매사추세츠주, 미시간주, 미네소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응과 세금 문제, 성소수자 문제, 팔레스타인 전쟁 등 국내외 현안을 두고 예비 후보들간의 논쟁이 벌써 불붙는 분위기다.

미국 진보 진영의 대표격인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최근 미시간주에서 내년 상원의원 후보로 민주당 내 진보 성향의 압둘 엘 사예드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맘다니와 같은 무슬림으로 미시간 주지사 경선에 출마한 바 있다. 반면 당내 중도 그룹의 지지를 받는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도 상원 도전장을 낸 상태다.

메인주에서도 민주당 후보 간의 비슷한 대결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온건파 제닛 밀스 주지사가 앞서있지만, 샌더스의 지지를 받은 그레이엄 플래트너도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군인 출신인 플래트너의 선거 운동에는 맘다니 측 전략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미네소타주와 매사추세츠주에서도 진보 대 중도 후보 간의 대결 구도가 본격화했다.

맘다니의 무상 버스 공약을 둘러싼 찬반 논란도 민주당 내 진보와 중도 진영의 논쟁을 보여주는 사례다. 민주당 소속 캐시 호컬 뉴욕주 주지사는 지난 8일 맘다니의 공약인 시내버스 무료화 정책에 대해 “버스와 지하철 요금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재원을 빼내는 계획을 제시할 수는 없다”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요금을 더 저렴하게 만드는 방안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맘다니의 무상버스보다는 저소득층 승객을 지원하는 방안을 더 선호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시내버스 무료화 정책은 연간 8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NYT는 이날 민주당 노선에 대한 연재 시리즈 칼럼에서 ‘맘다니는 민주당의 미래가 아니다. 이 사람이 미래다’라는 제목으로 민주당 중도파의 핵심 인사인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평가하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해당 칼럼은 “민주당은 조시 샤피로 같은 중도 정치인을 수용하기 전까지는 백악관에 복귀할 수도 없고, 의회를 되찾을 수도 없다”며 “맘다니의 승리는 일부 대도시나 해안 주를 제외한 지역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