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로 국민 1인당 2000달러 지급”…대법원 부정적 기류에 대국민여론전

입력 2025-11-10 06:38 수정 2025-11-10 07: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국제공항에서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관세 수입으로 미국민에게 1인당 2000달러를 나눠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연방대법원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자 현금 지급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관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바보들이다. 우리는 이제 거의 인플레이션 없이 사상 최고 주가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존경받는 국가가 됐다”며 “고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1인당 최소 2000달러의 배당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는 지급 방식 등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연방대법원을 직접 겨냥한 글도 별도로 올렸다. 그는 “미국 대통령은 외국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할 수 있고, 외국을 상대로 면허를 시행할 수도 있다”며 “그런데 국가 안보 목적으로 단순한 관세 하나 부과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니 말이 되느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금 미국으로 기업들이 몰려오는 유일한 이유는 관세 때문”이라며 “연방대법원은 아직 이 사실도 보고받지 못했나”라고 덧붙였다.

최근 연방대법원은 트럼프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권한이 있는지를 처음으로 심리했는데 보수적인 대법관들조차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 세금 부과 권한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있다는 반론이 ㅁ많았다. 법원이 트럼프가 관세 부과 법적 권한이 없다고 판단하면 관세 수입 환급 등 대혼란이 예상된다. 판결은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수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ABC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이야기해보지 않았지만 2000달러 배당금은 여러 형태, 여러 방식으로 제공될 수 있다”며 “지금 대통령의 정책에서 볼 수 있는 세금 감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팁과 초과 근무 수당에 대한 세금 면제 등을 거론하면서 “이런 것들은 모두 상당한 세금공제 항목이며 세재 개편안에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베선트의 발언은 현금으로 지급되는 배당금이 아니 세금 감면이라는 간접적 방식으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백악관도 이날 관세가 국가안보를 보호하고 수십억 달러의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행정부는 이 자금을 미국 국민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할 것으로 약속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국민에게 현금 지급을 약속한 것은 최근 지방선거에서 미국민이 인플레이션과 경제 운영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을 달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는 직접적인 현금 지급으로 국민이 느끼는 관세 부담을 완화하려하며 그 공을 자신에게 돌리려 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한 뒤 세액 공제나 일회성 현금 지급으로 국민 불만을 달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국민에게 직접 현금 지급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올해 초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 정부 구조조정과 예산 절감을 통해 마련된 재원을 국민에게 직접 지급하는 아이디어를 거론한 바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