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또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도 내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페이커’ 이상혁이 10년 넘게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선수 본인은 줄어들지 않는 열정, 한결같은 게임에 대한 애정을 꼽았다.
이상혁의 소속팀 T1은 9일(한국시간) 중국 청두 동안호 스포츠 파크 다목적 체육관에서 열리는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KT 롤스터에 3대 2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T1은 전인미답의 3연속 우승, 통산 6회 우승의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T1의 모든 기록, 역사와 함께한 이가 있다. 이상혁이다. 2013년 T1에서 데뷔한 뒤로 T1의 6회 월드 챔피언십 우승 순간을 전부 함께했다. 혜성처럼 등장했던 슈퍼 루키는 어느덧 리그 최고령 선수가 됐지만,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두 가지는 불변이다. 세계 톱 클래스 수준의 기량, 그리고 승부욕이다.
우승을 확정 지은 직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상혁은 자신의 기량 유지 및 한결같은 워크에식과 관련해 “가장 큰 요인(원동력)은 열정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게임을 하면서 최고의 플레이어들과 경쟁하는 게 제게 굉장히 의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2029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것도 제가 스스로 얼마나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 많은 분들께 영감을 드릴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거목은 나이테가 생길수록, 그게 촘촘해질수록 더 생명력이 강해지고 푸르러진다. 이번 월드 챔피언십이 열린 중국은 이상혁이 2017년 대회 3연패(連覇)를 아깝게 놓쳤던 곳.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 3연패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상혁은 “사실 오늘 경기장에 왔을 때 2017년 생각이 잠시 떠올랐다. 오늘 경기를 하면서 느낀 감정은 2017년과 굉장히 달랐다. 승패를 떠나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사실 2017년 패배의 아픔이 지금은 거의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제게 많은 도움이 됐고, 성장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상혁은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점은 건강 관리가 필요하단 점이다. 프로게이머는 한 자세로 오래 있어야 해서 그런 부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면서 “인게임, 플레이에 대해서는 나이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다른 케이스나 다른 스포츠 사례를 봤을 때는 선수가 나이 들면서 열정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성장하려는 의지가 꺾일 수 있더라. 스스로 그런 부분을 잘 관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혁은 또 “저는 2029년까지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야 한다. 프로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월드 챔피언십에 오기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결과가 살짝 안 좋아졌더라. 건강이 곧 경기력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건강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KT의 미드라이너로 맞대결을 펼쳤던 ‘비디디’ 곽보성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상혁은 “‘비디디’ 선수는 사실 LCK에서부터 굉장히 잘했다. 이렇게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만나게 돼, 경기를 치르게 돼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 “KT는 오늘 2승까지 따냈을 때, 우승을 목전에 두고 놓쳐 굉장히 아쉬울 것이다. 우리도 그런 기분을 많이 겪어봤다”며 “어려운 부분이겠지만, 그걸 이겨내고 내년에 LCK에서도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