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울려퍼진 “하나님 감사”…벤치→MVP 구마유시의 고백

입력 2025-11-09 23:30 수정 2025-11-10 12:34
국민일보 DB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League of Legends) T1의 이민형(23·원거리 딜러·구마유시) 선수가 다시 한 번 신앙의 고백으로 MVP 선정 소감을 마무리했다.

이민형 선수는 9일(현지시간) 중국 청두 동안호 다목적 체육관에서 열린 ‘2025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KT 롤스터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3대2의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T1은 이번 우승으로 대회 역사상 최초로 3연속 우승을 달성했으며 통산 여섯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롤드컵은 LoL 개발사 라이엇게임즈가 해마다 개최하는 세계 대회로, e스포츠계의 ‘월드컵’으로 불린다.

이날 이민형 선수는 4·5세트에서 결정적인 한타(대규모 싸움)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팀의 승부를 뒤집는 핵심 역할을 맡아 파이널 MVP로 선정됐다.

이민형 선수는 단상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트로피 뒤에는 고통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깊은 슬럼프와 끊이지 않는 사이버 공격에 시달렸다. 일부 팬들은 팀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를 이어갔다. 온라인에서는 종교를 빌미로 한 음모론과 가족을 향한 살해 협박까지 등장했다.

그럼에도 이민형 선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말 꿈만 같다. 오늘 파이널 MVP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정말 감사드린다”며 운을 뗐다.

이민형 선수는 “해는 정말 힘든 해였다”면서도 “매년 증명의 아이콘이었고, 매해 증명했지만 올해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제 자신에게도 저를 증명하는 한 해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형 선수는 “지금은 스스로에게 저를 증명했다. 지금은 제가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라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응원해준 팬들, 힘을 준 가족과 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리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히자 온라인 팬 커뮤니티에는 “중국에서 하나님을 외치다니 대단하다” “아멘” “하나님께 모든 영광” 등 반응이 이어졌다.

이민형 선수는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신앙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대표적 크리스천이다. 목회자인 아버지 이상곤 목사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교회 공동체 안에서 자랐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라는 말씀을 자주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