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봄] ‘아이온2’ 후판정 전투와 손맛, 엔씨의 연륜이 녹아 있다

입력 2025-11-10 09:59

엔씨소프트의 신작 ‘아이온2’는 이름만 빌린 후속작이 아니다. 2008년 출시된 ‘아이온’의 200년 후 세계를 배경으로, 전작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그래픽·전투·조작감에서 한층 세련된 완성도를 보여줬다.

언리얼 엔진5로 구현한 시연 빌드는 빛의 반사와 질감 표현이 섬세했다. 아울러 각 직업의 스킬 이펙트가 과하지 않게 정제돼 시각적 피로도 적었다. 한국 MMO 특유의 화려하지만 다소 복잡한 그래픽을 선호하지 않는 필자지만, 이번 빌드는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조작감은 ‘군더더기 없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후판정 시스템으로 스킬이 실제로 적중하는 순간에 대미지가 적용돼 수동 컨트롤의 손맛이 살아 있었다. 에임 조준과 타이밍, 포지셔닝이 전투의 승패를 좌우한다. 정식 출시 후에도 유저의 숙련도가 한층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체험한 던전 ‘우루구구 협곡’은 아이온2의 전투 시스템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바람길을 이용한 이동과 랜덤으로 등장하는 토템 몬스터, 중간보스 ‘우라훔’과 ‘라우르’의 기믹이 전투의 단조로움을 덜어냈다. 활강에 실패하면 HP가 감소한 채 시작한다.


최종 보스 ‘신성한 아울도르’는 다양한 공격 패턴을 보유하고 있다. 회오리를 일으켜 이용자를 공중에 띄운 뒤 지면으로 내리치는 공격과 사방에서 회오리가 몰려든 후 지면을 강타하는 강력한 기술 등으로 높은 난이도의 전투를 경험했다. 동료가 같이 맞아줘야 대미지가 감소하는 공격을 보며 MMO 본연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직업군 구성도 돋보였다. 원작의 8개 클래스를 계승하면서 이용자가 스킬 트리를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해 플레이스타일에 맞는 전투를 설계할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 항목만 200가지가 넘고, 체형·홍채·피부 등 세밀한 조정이 가능해 유저의 개성을 표현할 여지도 넓다.


직업 선택의 중요성은 시연 내내 체감됐다. 각 클래스는 공격 방식만 다른 게 아니라, 스킬의 이펙트와 활용 리듬이 제각각이었다. 근접형 클래스는 짧은 순간 폭발적인 연계가 중요했고 원거리형은 적의 움직임과 위치를 읽는 정교한 타이밍이 요구됐다. 같은 스킬이라도 연계 순서를 달리하면 효과가 천차만별이고, 이는 전투 효율로 연결된다. 손맛이 있는 수동 전투 구조 속에서 직업과 스킬 세팅을 연구하는 재미가 MMO 본연의 깊이를 더해준다는 느낌이었다.

MMORPG는 그래픽, 스토리, 밸런스, 과금, 커뮤니티 여론 중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비판이 쏟아지는 장르다. 반대로 모든 면을 충족하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면 유저가 몰리고, 골수 팬층이 생겨난다. 아이온2의 시연 버전은 엔씨가 해당 장르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여실히 보여줬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기본기를 갖췄기에 지속 가능한 운영과 유저 소통만 뒷받침된다면 엔씨의 차세대 대표 IP로 자리잡기에 부족함이 없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온2는 오는 19일 정식 출시한다. 16일부터 캐릭터 생성과 사전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아이온2가 과거의 명성을 넘어 새로운 세대에도 통하는 MMO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출시 후 성과를 지켜보게 된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