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2035 NDC 하한선이 기준”…‘생색내기’에 위헌 논란까지

입력 2025-11-09 18:05 수정 2025-11-09 18:06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를 발표한 6일 국회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이 개최한 시민집중 행동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중장기 탄소 감축률 65% 수준 설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기업 탄소배출 규제 기준을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2035 NDC) 범위의 하한으로 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정부가 상한으로 제시한 2018년 대비 60% 감축안은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35 NDC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내렸던 기후위기 관련 판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일 “배출권거래제, 총량 할당 등 제도는 2035 NDC의 하한선에 연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후부는 지난 6일 2035 NDC로 2018년 대비 50~60% 감축 또는 53~60% 감축 등 2가지 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고 기업들은 이를 사고파는 배출권거래제는 2035 NDC를 현실화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제도다. NDC에 따라 배출권 총량이 정해지고 기업이 구매해야 하는 배출권 규모가 달라진다. 정부가 2035 NDC를 확정하기도 전 하한을 기준으로 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상한선 제시는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하한이 실질적인 NDC 수치라면 이것이 헌재의 판단에 들어맞는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헌재는 지난해 기후위기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NDC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에 근거할 것,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공정하게 기여할 것, 미래에 부담을 떠넘기지 않을 것” 등을 제시했다.

법학계 일각에선 최소 53% 감축안은 돼야 합헌성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준원 한국법제연구원 박사는 “헌재에서 요구한 합헌성 요건을 모두 갖추려면 최소한 선형 감축은 돼야 하는데 1안(하한 50%)은 미래 세대로 부담을 이전하는 형태”라며 “이 부담이 과중한지 아닌지 헌재 판단을 다시 한번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형 감축이란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정 기간 매년 같은 비율로 줄여 목표 감축량에 도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하한이 53%인 2안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매년 같은 양의 온실가스를 줄인다고 가정할 때 2035년에 달성해야 하는 수준이다.

환경단체는 이 53% 감축안도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나치게 떠넘긴다고 본다. 시민단체 플랜1.5는 53%의 NDC는 2035년까지 한국 탄소 예산의 90%를 소진할 것으로 추산했다. 2050년까지 미래 세대는 남은 10% 예산으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6월 정부에 “미래 세대가 사용할 탄소예산을 남겨 놓는 차원에서 최대한 초기부터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경로를 설정하여 미래세대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정부는 이번 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해 다음 주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