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0점” 600명 시험서 190명 부정행위?…연세대 ‘발칵’

입력 2025-11-09 15:07 수정 2025-11-09 15:47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연세대학교의 한 강의에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드러났다. 수강생의 약 3분의 1이 챗GPT 등 AI를 활용해 답안을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9일 학계에 따르면 연대 신촌캠퍼스의 3학년 대상 수업 ‘자연어처리(NLP)와 챗GPT’ 담당 교수는 최근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다수 발견됐다”며 “적발된 학생들의 중간고사 점수를 ‘0점’ 처리하겠다”고 공지했다.

자연어 처리와 거대언어모델(LLM) 등 생성형 AI를 가르치는 해당 수업은 약 600명이 수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강의인 만큼 중간고사 또한 지난달 15일 비대면으로 치러졌다. 당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응시자에게 시험시간 동안 컴퓨터 화면과 손·얼굴이 모두 나오는 영상을 찍어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촬영 각도를 조정해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화면에 여러 개의 창을 띄우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시험문제를 캡처하거나 의도적으로 촬영 화면을 잘라 다른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도록 한 수강생도 있었다.

이같은 정황을 파악한 담당 교수는 자수를 권유했다. 그러면서 “자수의 기회를 주었음에도 발뺌하는 학생들은 학칙에 있는대로 유기정학을 추진하겠다”며 “부정행위와 끝장을 볼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실제 학생 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강생 절반 이상이 부정행위를 저질렀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담당 교수의 관련 공지 후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양심껏 투표해보자”며 부정행위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 글이 게시됐는데, 응답자 353명 중 190명은 ‘커닝했다’고 답했다. ‘직접 풀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163명에 그쳤다.

학생들이 AI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한 지 상당 시간이 지났지만 대부분 대학은 관련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4~6년제 대학생 726명 중 91.7%가 과제나 자료 검색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 결과, 전국 대학 131곳 중 71.71%가 생성형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