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암교육문화재단(이사장 진애언)은 지난 7일 부산 서면 경암홀에서 ‘제21회 경암상 시상식’을 열고 자연과학·생명과학·공학·특별상 부문 수상자 4명을 시상했다고 9일 밝혔다.
올해 경암상 수상자는 김유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교수, 허준렬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김호영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김상배 미국 MIT 기계공학부 교수다.
경암상위원회(위원장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는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두고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현역 연구자들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 시상식에는 진애언 이사장과 이종호 위원장, 최재원 부산대 총장,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등 각계 인사와 수상자 가족, 동료들이 참석해 수상자를 축하했다.
수상자에게는 각 3억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됐다.
자연과학 부문 수상자인 김유수 교수는 주사터널링현미경(STM)과 광기술을 결합해 단일 분자 수준의 양자 상태를 정밀 계측·제어하는 연구를 선도했다. 그는 개별 분자의 전자 구조와 진동 상태를 규명하는 독창적 실험 체계를 확립해
양자 에너지 변환과 분자 반응 동역학 등 기초과학의 이해를 넓혔다.
생명과학 부문 수상자인 허준렬 교수는 면역 조절 물질 ‘인터루킨-17(IL-17)’의 역할을 규명하며 장내 세균이 면역 질환과 신경계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그의 연구는 면역학을 신경과학으로 확장해 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공학 부문 수상자인 김호영 교수는 계면유체역학(interfacial fluid mechanics)과 연성물질물리학(soft matter physics)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모세관·젖음·탄성 모세관 현상 등 기초 물리를 공학적으로 응용해 습도·물 구동형 연성 로봇 등 차세대 저전력 장치를 개발했다. 또 자연 모방 연구를 통해 생명체의 원리를 공학적으로 구현했다.
특별상은 김상배 MIT 교수에게 돌아갔다. 김 교수는 생체모방 로봇 ‘미니 치타(Mini Cheetah)’ 등 고기동 이동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며 로봇공학의 새 장을 열었다. 전기 구동 시스템을 최초로 실증해 로봇산업의 기술 패러다임을 바꿨고, 기술 윤리와 인재 양성, 국제 협력에도 힘써 왔다.
김유수 교수는 “묵묵히 자갈밭을 일구는 마음으로 연구해 온 시간이 오늘의 영광으로 이어졌다”며 “기초과학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준렬 교수는 “함께한 연구자들의 노력이 만든 결과”라며 “면역학 연구를 통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학문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호영 교수는 “자연 속 해답이 산업 발전과 난치병 치료의 힌트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고, 김상배 교수는 “로봇 기술의 책임 있는 발전과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