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방문한 일본 오사카 현대자동차재팬(HMJ) 고객경험센터(CXC) 고객라운지엔 ‘아이오닉’이란 이름의 커피가 있었다. 묵직한 바디감이 특징이다. 커피 ‘넥쏘’는 우아하고 가벼운 맛을 낸다.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 투입한 전기차와 수소차의 이름을 땄다. ‘수입차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현대차가 고객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런 전략을 추진하는 배경엔 일본 시장의 특수성이 자리한다. 일본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6~7%에 불과하다. 좁은 길, 작은 주차장, 높은 관세 등이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일본 소비자의 보수성이다. 토요타·혼다·닛산 등 자국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커 새로운 브랜드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오사카에 CXC를 세웠다. 2022년 요코하마에 이어 두 번째다. 현대차는 이곳을 거점으로 일본 소비자가 생활 속에서 현대차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게 해 서서히 친숙한 이미지를 심겠다는 계획이다. 차량공유 서비스나 렌트카 사업 등을 펼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곳은 오사카의 대표 번화가 신사이바시 한복판에 위치한다. 랜드마크인 ‘글리코상’에서 1㎞ 정도 떨어져 있다. 원래 이 자리엔 유명한 주유소가 있었다고 한다. CXC 입구 앞에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이 세워져 있었다. 현대차는 일본 시장을 친환경차로만 공략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모빌리티 생태계(패러다임)가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전환하고 있다는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안으로 들어가자 로비 중안에 경형 전기차 인스터(한국명 캐스퍼 일렉트릭)와 아이오닉5가 있었다. 한국과 달리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었다. 승차감을 좌우하는 서스펜션도 한국보다 부드럽게 설정돼 있다고 했다. 일본 도로 환경과 소비자 취향을 고려한 조치다. 건물 내부 벽면엔 아이오닉5 N ‘DK 에디션’을 소개하는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드리프트 킹’(DK)으로 유명한 일본 레이서 츠치야 케이치와 협업해 만든 모델이다.
오픈 이후 약 5개월간 판매량은 100대 정도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투명 유리로 둘러싸여 있는 출고 공간엔 주말에 고객에게 인도할 예정인 아이오닉5가 대기 중이었다. 이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여서 고객 노출이 많이 된다는 장점 때문에 쇼룸으로도 활용한다. 코테가와 준이치 시니어 매니저는 “인스터가 출고 대기할 때는 여성들이 인스터를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다”고 말했다. 차량에 대해 1시간 이상 질문하는 고객도 많다고 한다. 임민주 HMJ 상무는 “일본에선 구매 전에 4~5번씩 시승하는 고객도 많다. 전기차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차량 설명서를 수험생처럼 줄쳐가며 공부하거나 1시간 이상 질문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오사카=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