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민주당, 개처럼 와해…필리버스터 박살내야”…출구 못 찾는 셧다운

입력 2025-11-09 10:03 수정 2025-11-09 11: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한 에어포스원에서 내려오며 주먹을 쥐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이 장기화하자 민주당을 ‘개’에 비유하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방선거 패배 이후에도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면서 이미 사상 최장 기록을 세운 셧다운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민주당은 셧다운 문제로 개처럼 와해되고 있다. 내가 공화당과 함께 필리버스터 종료에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합의를 하든 말든 공화당은 반드시 필리버스터를 박살 내고 수백 가지의 숙원 정책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패배자”라고 덧붙였다.

셧다운을 끝내려면 임시예산안(CR)을 상원에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건강보험(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이 보장돼야 한다며 CR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걸어 놓았다. 이를 종결하기 위해서는 ‘클로처(cloture)’ 표결이 필요하다. 클로처 표결은 60표 이상 찬성이 있어야 통과되는데 공화당 의원 53명만으로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트럼프는 아예 의사규칙 변경을 통해 클로처 표결 의결정족수를 60표에서 단순 과반으로 낮추는 ‘핵 옵션’을 가동하라고 공화당에 요구해왔지만 공화당은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상원의 오랜 ‘협치’ 문화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자신과 공화당 상원의원단이 필리버스터 폐지에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또 민주당이 요구해온 오바마케어 연장보다 국민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나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수백억 달러를 ‘돈만 빨아들이는’ 보험회사에 보내 ‘오바마케어’라는 형편없는 의료 서비스를 유지하는 대신 그 돈을 직접 국민에게 보내 훨씬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스스로 구매하게 하고, 그 이후에도 돈이 남을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가 민주당을 비난하고 공화당을 압박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푸드 스탬프’로 불리는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은 셧다운 장기화에 이어 법원의 엇갈린 판단으로 혼돈에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셧다운을 이유로 11월 SNAP을 전액 지급하기 어렵다며 전체 필요예산 90억 달러 중 약 46억 달러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드아일랜드 연방법원은 농무부의 별도 예산을 활용해서라도 SNAP을 전액 지급하라고 명령했는데 연방대법원은 7일 이 판결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SNAP 급여를 전액 지급하라는 하급심 결정에 제동이 걸리면서 각 주 정부에서는 혼란이 발생했다. 앞서 매사추세츠, 뉴욕, 펜실베이니아 등에서는 SNAP을 전액 지급하기로 했지만 연방대법원의 결정 이후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모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굶주림을 강요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모든 사람에게 SNAP 혜택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셧다운 탓에 해외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들도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셧다운 여파로 유럽 미군기지에서 6주 전부터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한 현지 직원은 수천 명에 달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5개 미군기지에 4600명이 넘는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중 2000여명이 10월분 급여를 받지 못했다. 독일 정부는 자국 미군 기지에 근무하는 현지인 직원 1만1000명의 급여를 미국 대신 지급하기로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