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장 기간 이어지고 있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탓에 해외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주둔국에서는 현지 정부가 일단 급여를 대납해 자국 근로자들의 생활을 돕고 있지만 무급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늘고 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셧다운 여파로 유럽 미군기지에서 6주 전부터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한 현지 직원은 수천 명에 달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5개 미군기지에 4600명이 넘는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2000여명이 10월분 급여를 받지 못했다.
아비아노 공군기지의 노조 간부 안젤로 차카리아는 “근로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출근을 위한 연료비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상황이 이탈리아 노동자들에게 극심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아무도 답이 없고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당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르투갈에서도 아조레스 제도에 있는 라제스 기지에 근무하는 현지 근로자 360명 이상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
현지 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과 포르투갈의 협정에 따라 무급휴직이 인정되지 않아 돈을 받지 못하는데도 출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아조레스 제도 지방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일단 급여 지급을 위한 은행 대출을 승인한 상황이다.
독일은 정부가 나서서 직원들의 급여를 대신 지급하기로 했다.
독일 재무부는 “미군 기지에 근무하는 직원 1만1000여명의 급여를 일단 정부가 대납하기로 했다”며 “셧다운이 종료되면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에서도 정부가 나서서 현지 직원들의 급여 문제를 대신 해결해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AP 보도에는 주한미군 관련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정부 등은 급여 지급을 위해 정부가 나섰는지에 대한 AP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린다 빌메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교수는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현지 계약직 근로자들이 셧다운 기간 급여를 받지 못할 위험이 가장 크다며 “이렇게 장기간 (셧다운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급여 지급 중단 사태와 관련해 국방부에 질의했지만, 국방부는 “전 세계 현지 직원들의 기여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답변만 보내왔다고 밝혔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