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00여일간 6억5000만원이 넘는 영치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치금이 사실상 개인 기부금 모금 통로로 쓰이고 있지만, 기부금과 달리 영치금은 법적 제약이 적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수용자 보관금 상위 10명’ 현황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된 7월 10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109일 동안 6억5725만원의 영치금을 받아 서울구치소 영치금 1위에 올랐다. 입금 횟수만 1만2794회로 하루에 100여건꼴로 영치금이 들어왔다.
윤 전 대통령은 영치금 6억5166만원을 180차례에 걸쳐 출금했다.
교정시설 수용자의 영치금 보유 한도는 400만원이다. 한도를 넘어가면 석방할 때 지급하거나 필요할 경우 신청하면 개인 계좌로 이체받을 수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받은 영치금은 올해 대통령 연봉의 2.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2025년 공무원 보수·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의 올해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이다.
국회의원이 4년간 받을 수 있는 후원금보다도 많다. 현역 의원의 경우 연간 1억5000만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8월 12일 남부구치소에 수감되고 두 달 동안 약 2250만원의 영치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는 이 중 약 1856만원을 출금했다.
서울구치소에서는 윤 전 대통령 뒤를 이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영치금 1∼3위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권 의원은 9월 16일 입소 후 1660만원을 받아 약 1644만원을 출금했다. 9월 23일 구속된 한 총재는 약 564만원을 받았고, 약 114만원을 출금했다.
윤 전 대통령이 석 달 조금 넘는 구속 기간 거액의 영치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관금 제도가 개인 기부금 모금 용도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부금의 경우 현행 기부금품법에 따라 1000만원 이상을 모금하려면 관할청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특히 정치자금은 개인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해 후원할 수 없고, 대통령 후보에게는 1000만원, 중앙당과 국회의원에게는 각각 500만원까지만 후원할 수 있다. 연간 300만원 이상 기부하면 기부 금액과 인적 사항도 공개한다.
반면 영치금은 400만원 계좌 잔액 기준만 있고 전체 입·출금액 한도나 횟수 제한이 없다. 영치금 잔액을 400만원 이하로만 유지하면 반복해서 입금과 출금이 가능한 셈이다.
과세 사각지대이기도 하다. 영치금은 과세 대상이지만 국세청에서 과세자료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어 과세가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회에도 국세청장이 교정시설에 영치금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박은정 의원은 “수용자 편의를 위해 도입된 영치금 제도가 사실상 ‘윤어게인’의 정치자금 모금 창구로 변질했다”며 “본래 영치금 제도의 취지에 벗어난 운영을 근절하기 위해 영치금 한도액 설정 등 제도 개선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