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경기도 아름다운 숲길 찾아서 ‘위로와 사색을’

입력 2025-11-08 08:13

초록의 숲이 가장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 만추다.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숲속을 걸으면 마음이 한결 느긋해진다. 요즘처럼 선선한 날씨에 걷기 딱 좋은 숲길을 찾아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단풍의 순간을 느끼는 황홀감은 어떨까. 숲이 겨울을 준비하듯 우리도 숲에서 잠시 쉬어가며 내일을 준비하는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면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 즐기는 ‘양평 국립양평치유의숲’
국립양평치유의숲은 이름처럼 ‘치유’에 초점이 맞춰진 숲으로 걷기 좋은 길과 체험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 관리동을 중심으로 우측은 무장애데크로드, 좌측은 임도와 흙길이 교차하는 산책로 중심이다. 사부작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부작사부작 걸을 수 있는 무장애데크로드는 휠체어나 유모차도 큰 불편 없이 오를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금을 채굴하던 금광굴을 여러 개 만날 수 있어서 광부둘레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관리동 좌측의 산길은 제법 가파른 계단도 몇 차례 만나는 숲길이다. 금광굴은 6·25 전쟁때는 주민들의 대피 장소가 되기도 했으며, 안에는 황금박쥐로 불리는 붉은 박쥐가 서식하기도 한다. 양평치유의숲 최고의 장점은 다양한 프로그램이다. 나무 아래 평상에 누워 바람의 결을 느끼는 ‘슬로우드 테라피’, 쉼터의 해먹에 누워 느린 호흡을 되찾는 ‘숲멍해먹’, 편백나무볼을 이용한 지압이나 원적외선을 이용한 ‘온열치유’ ‘펫로스 숲치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몸과 마음을 모두 쉬게 해주는 체험들이다.

#호반의 풍경이 아름다운 ‘가평 청평자연휴양림’
북한강과 청평호를 끼고 있는 청평자연휴양림은 가는 길목부터 호수 옆을 따라 달려, 차창 밖으로 반짝이는 물빛이 여행의 설렘을 더한다. 휴양림의 숲길은 ‘다람쥐 마실길’과 ‘약수터 왕래길’ 크게 두 갈래다. 다람쥐 마실길은 숙박동 사이를 잇는 1km 내외의 짧은 길로 숙박동 주변을 가볍게 둘러보기 좋다. 숲을 감상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인 약수터 왕래길은 왕복 5km 정도의 임도 코스로 산책에 최적이다. 약 15분 정도를 걸으면 청평자연휴양림의 최고 명소라고 할 수 있는 뷰포인트, 전망대를 만난다. 이곳에서 보는 북한강은 거울처럼 반짝이며 주변 숲까지 품은 듯하다. 탁 트인 전망을 뒤로 하고 10여 분을 더 오르면 임도의 정상이고 이때부터 내리막이 시작된다. 길 끝에는 청정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가 길의 끝이라 다시 온 길을 되돌아가야 하지만 숲이 주는 평화로운 기운 덕분에 돌아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숲속 위로가 함께 하는 ‘연천 고대산자연휴양림’
경기도 최북단에 자리한 고대산자연휴양림은 도시의 소음을 완전히 잊게 해주는 숲속 쉼터다. 최고의 장점은 산책 코스 전 구간이 무장애길이나 다름없어 깊은 숲속을 누구나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다. 산책길은 외줄 건너기, 출렁다리 건너기, 인디언집 등 아이들이 놀이와 숲을 체험할 수 있는 유아숲 체험원에서 시작한다. 완만한 나무데크길 양옆에는 울창한 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북쪽 지역이라 그런지 가을빛이 더 빠르고 짙게 물든다. 걷다보면 종종 나무에 묶어 둔 숲을 걷는 동안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잘 될 거야’ 혹은 ‘잘하고 있어’와 같은 문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숲길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넘쳐난다.

#주민이 함께 만든 ‘의정부 자일산림욕장’
지역 주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의정부 첫 산림욕장인 의정부 자일산림욕장은 개장 2년 차의 신생 산림욕장이다. 개발제한구역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오래도록 묶여 있던 숲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며 산림욕장을 조성했으며, 주민들의 손끝이 모여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산림욕장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주민들이 직접 만든 포토존과 목공예품, 그리고 명판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하나하나에 ‘함께 만든 숲’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산림욕장은 두 개의 코스로 약 1.5km의 수피길과 약 1km의 잣나무쉼터 코스다. 두 코스는 붙어 있어 한 개의 길처럼 묶어서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일부 구간은 톱밥을 깔아놓아서 맨발로 걸으며 숲의 촉감을 느낄 수도 있다. 사람이 만든 숲이 아니라 사람이 함께 지켜낸 숲, 자일산림욕장은 그 자체로 주민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휴식의 공간이다.

#작은 도시 속의 숲 ‘부천 무릉도원수목원’
부천자연생태공원 내에 있는 무릉도원수목원은 공원 안에는 부천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 농경유물전시관 등이 포함되어 있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하루종일 머물러도 지루할 틈이 없고, 지하철역과 가까워 접근성도 매우 뛰어나다. 생태공원으로 들어서면 자연생태박물관과 농경유물전시관을 만난다. 이곳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무릉도원 수목원이 보인다. 주상절리 형태의 인공폭포와 사슴, 기린 등의 조형물이 설치된 토피어리원을 지나면 1300여 종의 수목이 자라는 숲을 만나게 되는데 지금은 단풍이 최고 볼거리로 붉은빛과 노란빛으로 물들어있다. 숲 끝자락에는 야외 테이블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숲속의 작은 서재’도 마련해 놓았다. 참고로 부천식물원에서는 열대우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져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 울창한 열대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산책, 트레킹, 등산이 하나로 ‘광명 구름산산림욕장’
광명 하안동과 소하동 일대에 걸쳐 있는 구름산산림욕장은 다양한 곳에서 접근할 수 있다보니 코스도 다양하다. 둘레길 위주로 걸으면 산책이 되고 구름산 남쪽과 북쪽을 이으면 트레킹이 되며 구름산 정상을 목적지로 하면 가벼운 등산 코스가 된다. 구름산산림욕장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자들에게 더욱 추천할 수 있는 곳이다. 통나무 놀이시설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숲속 도서관이 마련되어 있어서 이곳에서만도 반나절의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하다. 피크닉 벤치와 목재 썬베드가 곳곳에 놓여 있어서 아이들은 놀고 어른들은 쉴 수 있다. 주변에는 수백 그루의 전나무가 자라 피톤치드가 매우 진하게 느껴진다. 숲을 더 즐기고 싶다면 등반로를 따라서 서너개의 갈림길 중 직진하면 광명동굴로 향하는 둘레길이고 우측 가파른 길을 오르면 구름산 정상으로 향하게 된다. 길은 달라도, 숲이 주는 위로는 닮았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