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가족 때리던 아버지가 변했어요”…네팔 유학생들, 복음의 빛 전하다

입력 2025-11-08 08:00 수정 2025-11-08 08:00
강서대학교에 재학 중인 네팔인 유학생들이 7일 서울 강서구의 학교 강당에서 열린 채플에서 무언극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아버지가 예수님을 믿고 술을 끊으셨어요. 이후 우리 가족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7일 서울 강서구 강서대학교(총장 김강) 강당에서 열린 채플 시간. 강대상에 오른 네팔인 유학생 타망 바빌(22·AI기반경영학과)씨가 담담하지만, 진심 어린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과거 술에 중독돼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가 복음을 통해 완전히 새사람이 됐다는 간증이었다. 그는 “그 은혜를 나누기 위해 한국에 온 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믿는다”며 “예수님은 100% 실재하시며, 진심으로 믿는 자에게 모든 것을 주신다”고 고백했다.

1, 2부로 진행된 이날 예배에는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550여 명이 참석했다. 찬양과 무언극, 간증으로 구성된 예배는 바빌씨를 비롯한 네팔인 유학생 20여 명이 한 달 동안 직접 준비했다. 타향살이하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유학생 학우들에게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시도였다.

예배 초반까지만 해도 시큰둥하던 학생들은 무언극 공연이 시작되자 눈빛이 달라졌다. 흰색 옷을 입은 예수가 세상의 탐욕과 음란이라는 사탄의 손길에서 한 인간을 구해내는 장면이 펼쳐지자 객석에선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무대에 올랐던 리야 프랏티샤(20)씨는 “예전엔 단순히 크리스마스 때만 교회에 갔지만, 지금은 예수님 안에서 진짜 평안을 경험하고 있다”며 “주님 안에서 진정한 기쁨과 평안을 얻을 수 있음을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간증을 듣고 있다. 아래 사진은 네팔인 유학생들이 직접 찬양을 부르며 예배를 인도하는 모습.

과거 그리스도대학으로 불렸던 이 학교에는 현재 750여 명의 외국인이 수학 중이다. 한국인 재학생의 절반 수준이다. 대부분 네팔인이고, 나머지는 미얀마와 인도, 베트남에서 왔다. 기독 사학인 만큼 모든 재학생은 6학기 동안 채플을 이수하게 된다. 학교 교목실은 그간 시기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유학생들이 자연스레 복음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전신호(56) 교목은 “대부분 힌두교와 불교 국가에서 온 이들이지만, 채플을 통해 조금씩 복음에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 교목은 “그동안 다른 종교의 강한 영향으로 선교가 어려웠던 인도, 네팔, 인도네시아 등지의 많은 학생이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을 찾고 있다”며 “복음을 가로막았던 현지의 많은 장애물이 사라진 지금이야말로 우리 곁으로 온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귀한 기회이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기독 학생들이 각자 자신들의 신앙 전통 안에서 즐겁게 신앙생활을 하며 신실하게 사역하도록 도우려 한다”며 “다양한 나라의 교회들이 한국 땅 안에서 함께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타망 바빌씨가 복음에 관해 간증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학교의 외국인채플 담당 교목인 남성모 코너스톤교회 목사가 권면의 말을 전하는 모습.

이날 예배에는 이제 막 복음을 접한 라나 마가르 안지타(19)씨와 갈티 산디야(21)씨도 참석했다. 두 사람 모두 힌두교 배경이지만, 공연을 통해 복음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산디야씨는 “예배에 참석하며 사랑하는 이에게 노래를 불러주듯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게 인상 깊었다”며 “높은 차원의 말할 수 없는 힘을 가진 하나님이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안지타씨 역시 “사람을 변화시키는 예수님의 존재를 더 알고 싶어졌다”며 수줍은 듯 웃었다.

학교 측은 복음을 더 알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 오후 ‘모든 민족을 위한 식탁 교제’란 의미의 TFAN(Table for All Nations) 모임을 진행한다. 다과와 교제를 나누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제 생각을 나누고, 예수님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자리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학생들은 강서대학교가 연계한 지역 교회의 주일 영어예배에도 참석한다. 학교와 학생 그리고 지역 교회 공동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셈이다.

채플이 끝나고 바빌씨와 프랏티샤씨에게 기도 제목을 물었다. 그러자 바빌씨는 “AI(인공지능) 기술을 고향 네팔의 아이들에게 전수하고, 학교와 보육원, 병원을 세워 복음을 전하는 것이 꿈”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프랏티샤씨는 “고향에 기독 청년 공동체를 세우는 꿈을 놓고 기도 중이다”며 “성경 공부와 찬양 사역을 통해 네팔 아이들에게 예배의 기쁨을 전하고 싶다”고 밝은 미소로 답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