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리 한 번 안 낸 착한 남편” 울산발전소 유족 오열

입력 2025-11-07 21:09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7일 오전 구조된 매몰자를 119구급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7일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희생자 전모(49)씨 빈소를 찾은 아내는 끝내 주저앉아 오열했다. 영정사진 속 전씨는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전씨는 이번 사고로 매몰된 7명 중 가장 먼저 수습된 사망자다. 붕괴 후 약 19시간 동안 잔해 속에 묻혀있다가 이날 오전 9시6분 주검으로 돌아왔다.

전씨의 친척 A씨는 연합뉴스에 “지금까지 살면서 화내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며 “아무리 쪼들리고 살림이 어려워도 큰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뉴스를 보고)아침에 전화해보니 ‘사람을 찾긴 찾았는데 죽었다’고 하더라”라며 “전씨 아버지는 심리적으로 거의 공황 상태”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전씨의 동생 B씨도 형의 죽음에 황망해했다. 그는 “서로 다른 지역에 살아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형은 늘 좋은 사람이었다”며 “형은 그냥 열심히 일하러 갔던 것뿐인데 어이없는 사고에 휘말렸다. 그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구조작업 하는 데도 주변 타워가 또 무너질까 봐 위험하다고 크레인 작업을 중단했다고 한다”며 “그만큼 위험한 곳에 대체 사람을 왜 맨몸으로 들여보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전날 60m 높이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타워 해체 작업을 위해 투입된 발파업체 소속 작업자 7명이 매몰됐다. 이번 사고로 숨진 근로자들은 HJ중공업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실종자 2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