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제3의 주포’ 이모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씨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김 여사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현재 도주 중이다. 특검과 김 여사 측은 재판서 해당 증거를 공개할지를 놓고 충돌했는데, 재판부는 “감추면 더 의혹을 받을 거 같다”라며 공개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7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7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서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시세조종을 의뢰받고 2차 주가조작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 사이) ‘선수’로 뛴 김모씨의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벌금 미납으로 현재 구치소에 있는 김씨는 이날 원격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증언했다.
특검팀은 김씨를 신문하며 이른바 1차 주가조작 작전 시기 ‘주포’로 지목된 이씨와 김 여사가 2012년 10월 5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에 앞서 김 여사 측은 “(특검 측의) 언론 플레이용 공개가 아닌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반발했지만, 재판부는 “오히려 전체 공개되는 게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거 같다”며 공개를 결정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된 이씨는 도이치모터 주가조작과 관련한 새로운 범죄 혐의가 드러나 특검팀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씨는 특검이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는 도중 도주해 현재까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씨는 카톡 메시지에서 김씨를 언급하며 “난 진심으로 네가 걱정돼서 할 말 못할 말 못하는데 내 이름을 다 노출하면 다 뭐가 돼. 김00이가 내 이름 알고 있어. 도이치는 손 떼기로 했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여사는 “내가 더 비밀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 오히려”라고 답한다.
김씨는 “김 여사에게 이씨의 존재를 노출한 적 있느냐”고 묻는 특검팀 질문에 “노출한 적 없다”며 “(이씨와 김 여사의 친분에 대해서도) 그저께(5일) 뉴스로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김 여사는 이씨와 나눈 메시지가 나오는 동안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특검이 이씨와의 카톡 관련 신문을 마친 직후 김 여사 측은 건강 이상을 이유로 퇴석을 요청했고, 재판이 휴정됐다. 양쪽에서 경위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퇴정한 김 여사는 이후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 등을 이유로 그대로 구치소로 복귀했다.
특검은 앞서 김 여사가 2012년 8월 쯤 지인과 나눈 카톡을 공개하며, 김 여사가 이 즈음 일당과 거리를 두려 한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 있던 김 여사가 금감원 등 금융 당국 수사가 좁혀오자 빠져나가려 한 것 아니냐는 취지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