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입은 남욱, ‘정진상 재판’서 “檢·유동규에 들은대로 진술”

입력 2025-11-07 17:11
남욱(왼쪽)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31일 '대장동 민간업자'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와 검찰이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 공판에서 정면 충돌했다. 남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얘기하는대로 진술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자신이 지난달 31일 대장동 개발 의혹 특혜 의혹 사건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데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유죄 증거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 공판에 수의를 입은 채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재판은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중지되면서 정 전 실장만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남 변호사는 최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건넨 뇌물 3억원과 관련해 과거 진술과 배치되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이 건넨 돈이 이 대통령 측근인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했으나, 지난 9월부터 “당시에는 전혀 몰랐던 내용이었다”라고 진술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도 ‘유동규에게 3억원을 나눠서 준 사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는데도 검사로부터 들은 것처럼 증언한 이유가 뭐냐’는 검사 질문에 “(검사가) ‘나눠서 준 것 기억 못 하냐’고 얘기했기 때문에 ‘그랬나요’라고 하면서 기억하게 됐고 조서에 담기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당시 수사 검사로부터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으니 네가 선택하라’, ‘이런 식으로 대답하면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검찰 측이 이에 대해 “사람 배를 가르겠다는 의미는 아닌듯 하다”고 하자 그는 “맞다”며 “다만 이런 말까지 들으면 검사의 수사 방향을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조사받던 검사실에 검사와 유동규가 같이 와서 ‘사실관계가 이게 맞잖아. 왜 기억 못해’ 이런 얘기를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가 구체적인 상황을 다시 묻자 남 변호사는 “‘검사님이 ‘한번 얘기해봐라’고 하니까 유동규가 ‘그때 (정)진상이 형한테 준다고 했던 걸 왜 기억 못해’ 이런 식으로 물어봤다”고 대답했다.

재판부는 이어 ‘유동규 진술에 따라 증인 진술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그런 포인트가 뭐가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남 변호사는 “뇌물이 제일 크다”며 “저는 김용, 정진상에 대한 얘기를 듣지 못했고 수사 과정에서 들은 게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외에 ‘유동규가 정진상과 협의했고 시장님께 보고해서 승인받았다’ 이런 내용이 많은데 다 (당시 검사에게) 처음 들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또 유 전 본부장이 ‘형량 감경’을 기대하고 과장되거나 허위인 진술을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유동규는 계속 자기는 3년만 살면 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구속된 이후 재판 과정에서 그랬다”며 “어디서 들었느냐고 물었는데 그것까지는 얘기 안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이 지난달 31일 중형을 선고 받자 “(징역)8년을 받으니 본인이 놀라더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선고 결과에 대해서도 “유죄를 전제로 작성된 판결문으로 보였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대부분 증거들이 정영학 회계사의 회유된 진술 강압에 의한 진술, 혹은 유동규의 회유된 진술을 대부분 유죄 증거로 사용했다”며 “제가 알고 있는 사실, 경험한 사실과 굉장히 다른 사실들이 유죄 증거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