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길이 열린 가운데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유산 능욕을 좌시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실 왜곡과 공격적 선동보다는 차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받아쳤다.
오 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거듭 밝히지만 서울시의 세운지역 재개발 사업이 종묘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도한 우려”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세운지구를 비롯한 종묘 일대는 서울의 중심임에도 오랫동안 낙후된 채 방치되어 말 그대로 폐허나 다름없는 상태”라며 “(세운지역 재개발 사업이) 오히려 종묘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산부터 종로까지 이어지는 녹지축 조성을 통해 종묘로 향하는 생태적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그 역사적·문화재적 가치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 장관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종묘 방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장관과 허 청장은 이날 함께 종묘를 찾아 중심 건물인 정전 일대를 둘러본 뒤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발 사업 계획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최 장관은 “종묘는 조선 왕실의 위패가 모셔진 신성한 유산이며, 우리나라 유네스코 세계유산 1호의 상징적 가치를 가진 곳”이라며 “이런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현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장관으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허 청장 역시 “이 사안이 높이냐, 그늘이냐의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고층 건물들이 세계유산 종묘를 에워싼 채 발밑에 두고 내려다보는 구도를 상상해보라”며 “모든 방법을 강구해 세계유산 지위를 지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문체부장관과 국가유산청장은 어떠한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극적인 용어까지 섞어 무작정 서울시 사업이 종묘를 훼손할 것이라고 강변했다”며 “문화체육을 책임지는 부처의 수장께서 서울시에 아무런 문의도 의논도 없이 마치 시민단체 성명문 낭독하듯 지방정부의 사업을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모습에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장과 문체부장관이 마주 앉아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면 얼마든지 도시공간 구조 혁신과 문화유산 존중이라는 충돌하는 가치를 양립시킬 수 있다”며 “시민들의 고견을 모아 무엇이 역사적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미래의 문을 활짝 여는 방법인지 진지하고 성숙한 자세로 함께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