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된다는 건 단순한 직급 상승이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의 전환이며 ‘현장’과 ‘관리’, ‘팀원’과 ‘임원’, ‘개인 성과’와 ‘조직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새로운 존재 - 이른바 ‘경계인’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익숙한 역할을 내려놓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리더로서의 자아를 탐색해야 하는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리더 포비아(Leader Phobia)’라 불리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승진을 기피하거나 팀장 자리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젊은 세대일수록 그 경향이 두드러진다. 조사 결과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승진보다 워라밸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팀장 승진을 거부하는 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 예전에는 ‘승진’이 곧 ‘보상’이었지만, 이제는 ‘책임의 과잉’과 ‘정서적 소진’이 따라오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의욕 부족으로만 볼 순 없다. 그것은 조직 구조와 문화가 만든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성과 요구는 높아졌지만 권한은 줄고, 의사결정의 자유는 제한되었다. ‘성과는 너의 몫이지만 결정은 위에서 한다’는 구조 속에서 리더는 번아웃에 시달린다. 특히 MZ세대가 중시하는 ‘시간의 자율성’과 ‘삶의 균형’은 전통적인 리더십의 희생적 미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 결과, 조직은 점점 ‘리더가 되지 않으려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리더가 줄어들면 조직은 방향을 잃는다. 결정은 느려지고 책임은 분산되며, 아무도 앞장서려 하지 않으면 협업과 위기 대응 능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결국 리더 포비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사회 전체의 생산성에 직결된 문제다.
여기에 기술 혁신이 새로운 변수를 더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단순한 업무 도구를 넘어, 리더의 권한과 역할, 그리고 책임의 범위를 재구성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누가 판단하고, 누가 책임지는가”라는 기존의 리더십 전제를 뒤흔들며, 리더에게 더 복합적이고 인간적인 능력을 요구한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리더가 될까’가 아니라, ‘왜 사람들은 리더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는가’, ‘무엇이 리더를 기피 대상으로 만들었는가’, 그리고 ‘이 흐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로 옮겨가야 한다.
『리더 포비아』는 바로 이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리더가 사라지는 사회적 징후를 조직문화와 심리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새로운 리더십의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리더를 더 이상 ‘지시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의미를 해석하고 관계를 연결하는 사람’으로 재정의한다. 이는 권위나 통제가 아닌, 해석과 연결, 그리고 의미 창출을 중심에 두는 리더십이다.
저자 정인호는 GGL리더십그룹과 아방그로 대표, 경영학 박사, 경영평론가로서 기업 컨설팅과 연구, 칼럼, 강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조직의 현장을 분석하는 통찰력과 학문적 깊이를 토대로 리더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부하고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