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이명박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국가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에 관해 상고를 포기하고 피해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국정원은 7일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17일 이명박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이 정부를 비판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에 등재해 특정 프로그램 배제·퇴출 등 압박을 가한 불법행위를 한 데 대해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했다”며 “국정원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17일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 등 3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한민국은 이명박, 원세훈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 이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국가 상대 청구는 기각했는데, 이번엔 국가의 배상 책임까지 추가로 인정한 것이다. 문씨 등은 이명박정부 당시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봤다며 2017년 11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국정원 역시 문재인정부 때인 2017년 국정원이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으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분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오·남용한 과오를 다시 한번 철저하게 반성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국정원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2017년에는 국내 정보 부서 폐지, 2020년 ‘국내 보안 정보 삭제’ 및 ‘정치개입 우려 조직 설치 금지’ 등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오로지 국가안보와 국민 보호를 위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상고 포기로 피해 문화예술인들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기를 기원하고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