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절도범에게 1500억 원 규모 왕실 보석을 도난당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비밀번호가 ‘루브르’(Louvre)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영상 시스템 비밀번호는 ‘루브르’였다. 방위산업체 탈레스에 위탁한 또 다른 보안 시스템의 비밀번호도 ‘탈레스’(Thales)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익명을 요구한 한 루브르 직원이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히면서 알려졌다.
게다가 일부 보안 설비는 최근까지도 윈도2000과 윈도 서버2003으로 운영돼 온 것으로도 드러났다. 윈도2000과 윈도 서버2003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미 오래전에 기술 지원을 종료한 노후한 운영 체제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미 2014년 초부터 루브르에 보안 취약을 경고해 왔다. 비밀번호가 지나치게 사소하고 보안 시스템이 노후화돼 있어 침입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루브르는 이런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프랑스 감사원이 2018~2024년 박물관 운영에 대해 감사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루브르는 새로운 작품을 구입하는 데 예산을 과도하게 편성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히 보안 강화를 위한 예산은 제대로 편성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 대상 기간 루브르는 작품 구입에는 1억500만 유로(약 1500억 원) 이상, 전시 공간 리모델링에는 6350만 유로(920억 원)를 투입했지만 유지 보수, 안전 기준 충족을 위한 공사에 투입한 비용은 2670만 유로(380억 원)에 그쳤다.
2004년 마련한 화재 대응 기본계획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전시실 내 감시카메라 설치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루브르 전시관 내 감시카메라 설치 비율은 39%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는 절도 사건이 발생하기 전 진행된 것이지만, 이번 사건과 맞물리면서 보안 허점 논란이 더 거세지고 있다.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라시다 다티 문화장관은 로랑스 데카르 루브르 박물관장에게 7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는 새로운 보안 부서 신설과 침입 방지 장치 설치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절도 용의자 4명은 체포됐지만 도난당한 보석은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