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로 남 돕던 엄마”…50대, 5명에 새삶 주고 하늘로 [아살세]

입력 2025-11-07 10:11
선교사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베푸는 삶을 살았던 50대 김축복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10여 년간 선교사로 활동하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앞장섰던 5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3일 중앙보훈병원에서 김축복(59)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 양쪽 신장, 양쪽 안구를 5명에게 각각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돼 떠났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9월 19일 식사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료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뇌사상태가 됐다.

김씨의 가족은 그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매일 기도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김씨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 갔다. 가족은 김씨가 이대로 떠나기보다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는 선택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김씨는 4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어린 시절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의 일들을 일기로 적었다. 꽃을 좋아한 김씨는 화분에 여러 종류의 꽃을 심어서 가꾸기를 좋아했고, 쉬는 시간이면 십자수를 즐겨 했다.

결혼 후 1남 2녀의 자녀들을 키우며 분식집을 운영했다. 10년 전부터 교회 목사의 권유로 선교사로 활동하며 식사를 잘 챙기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가져다주거나, 어려운 가정이나 보육원에 금액과 물품을 기부하기도 했다.

딸 한은혜씨는 “엄마, 9월 초에 얼굴 보자고 만나자고 했는데, 바쁜 일정에 계속 다음으로 미루고 결국 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엄마는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살아가는 동안에 계속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 하늘에서 우리 항상 내려봐 주고, 행복하게 잘 지내.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김축복씨와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