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도살 수법’ 캄보디아 온라인 리딩 사기 일당 검찰 송치

입력 2025-11-06 17:22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해외 유명 금융회사를 사칭해 229명에게 약 194억원을 가로챈 온라인 리딩방 사기 조직원 5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금융감독원은 6일 서울경찰청과 공조해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온라인 리딩방 사기에 가담한 조직원 54명을 검거해 송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경찰청이 공조해 대규모 해외 리딩방 사기 조직을 적발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SNS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해 허위 주식매매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게 한 뒤 투자 조언을 하거나 수익률을 보여주는 등 신뢰 관계를 쌓으면서 투자금과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빼앗았다. 이후 대포통장으로 투자금을 입금받고 높은 수익이 발생했다며 조작된 수익 내역을 보여주는 수법으로 재투자를 유도해 229명으로부터 약 194억원을 빼앗았다.

경찰은 “단속을 피하고자 3개월 주기로 회사명을 변경했다”며 “돼지를 천천히 살찌운 뒤 도살하듯 신뢰 관계를 이용해 피해자들이 더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일거에 수익을 실현하는 ‘돼지도살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기 행각은 중국인 총책이 범행 시나리오를 작성하면 한국 조직원이 한국어로 번역과 수정을 하는 ‘번역조’, 피해자를 유인하는 ‘상담조’(콜센터), 대포통장‧조직원 ‘모집책’ 등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혐의자들은 범죄 수익을 다시 현금화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거치지 않은 장외 거래(OTC)를 통해 코인으로 교환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이 같은 사기 범행을 준비한다는 내부 조직원의 제보를 받고 해당 대화방에 접속해 주요 혐의자들의 역할과 대화 내용 등을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조직원들의 사진과 성별 생년월일 등 신원 정보를 경찰에 전달했다.

이에 경찰은 범죄단체조직 등 관련 혐의로 18명을 구속하고 이들을 포함해 총 5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또 해외 체류 중인 17명에 대해 여권 무효화와 지명수배 조치를 하고 적색수배 등 국제공조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캄보디아 현지 사기 일당 검거에 기여한 내부 제보자에게 ‘불법금융 파파라치’ 제도에 따라 최우수 제보 포상금 1000만원을 지급했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하는 민생침해 금융범죄 척결을 위해 적극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