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지간’ 박성국과 정유준, 투어 챔피언십 첫날 상위권…“유준이는 못하는 게 없는 재목감”

입력 2025-11-06 17:13
6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 동반 출전한 스승 박성국과 제자 정유준(오른쪽)이 선전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박성국프로님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꿈을 크게 꾸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제자 정유준(23·금강주택)이 자신을 언급하자 스승 박성국(37·엘앤씨바이오)이 손사래를 치며 제자를 호되게 질책한다.

2006년에 KPGA투어에 데뷔해 통산 2승이 있는 박성국과 2022년에 투어에 합류해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는 정유준은 ‘사제지간’이다. 정유준이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18년 11월에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정유준은 스승을 만난 지 3년만인 2021년에 KPGA 준회원과 정회원 자격을 차례로 획득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22년에 KPGA투어에 데뷔하는 초고속 성장을 했다.

박성국은 투어 데뷔 12년째인 2018년에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승을 거뒀다. 첫 승 이후 6년여간 우승이 없어 제자를 볼 면목이 없었던 박성국은 지난 9월 골프존오픈에서 통산 2승에 성공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당시 스승의 우승을 가장 기뻐한 것은 당연히 제자 정유준이었다.

박성국은 자신의 경기도 경기지만 매 대회 제자를 먼저 챙기는 게 일상이 됐다. 그런 스승의 관심과 배려 속에 정유준은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우승은 없지만 2차례 ‘톱10’ 입상으로 제네시스 포인트 25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 스승과 제자가 6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11억 원) 첫날 1라운드에서 나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제자 정유준은 보기없이 버디만 5개를 솎아내 5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4위, 스승 박성국은 보기 2개에 버디 6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9위에 자리했다.

먼저 라운드를 마친 뒤 제자를 기다리고 있던 박성국은 정유준이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고 나오자 “수고했다”며 제자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박성국은 “못하는 것이 없는 재목감”이라며 제자를 추켜 세운 뒤 “부족한 점을 조금만 보완한다면 짧은 시간 내에 빅리그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정유준은 “드라이버 비거리는 310~320야드는 가는 것 같다”며 “프로님의 쇼트 게임 능력을 전수 받아 지금은 그린 주변 플레이 성공률도 아주 높아졌다. 조금 욕심을 내자면 3m 이내의 쇼트 퍼트 결정력을 지금보다 더 높일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정유준은 이날도 3m 이내 버디 퍼트를 3~4차례 놓친 게 아쉬운 부문이었다.

정유준이 주목을 받은 것은 올 한국오픈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를 쳐 단독 선두에 오르면서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5타를 잃는 부진 끝에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성국은 “당시 첫날 선두에 오르면서 인터뷰 등으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유준이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것이어서 감당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며 “내 생각엔 그 일이 있고 나서 유준이가 정신적으로 부쩍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정유준도 “올 한국오픈 때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많은 걸 느꼈다”며 “그 중에서도 성적이 좀 잘나왔다고 해서 절대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기회가 찾아 오면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정유준은 올 겨울에 전지 훈련에서 부족한 부문을 보완해 내년에는 PGA 콘페리투어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일단 내년에는 KPGA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그런 뒤 11월에 있을 콘페리투어에 도전하도록 하겠다.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에 스승 박성국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무엇 보다도 비거리가 경쟁력이 있다”라며 “나도 유준이가 PGA투어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생각이다”고 제자에 힘을 실어 주었다.

서귀포=정대균골프선임기자(golf5601@kmib.co.kr)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