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정교회 신학자가 1700년된 ‘니케아신경’서 함께 찾은 신앙의 본질

입력 2025-11-06 16:52
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강대상 오른쪽) 박사가 6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열린 니케아신경 1700주년 기념강좌에서 ‘니케아신경, 그리스도 안의 삶의 지침’에 관해 그리스어로 강연하고 있다.

1700년이나 됐지만, 사도신경보다 덜 알려진 ‘니케아신경’이 지니는 의미를 살펴보는 신학 강좌가 열렸다. 강좌에는 개혁주의와 정교회 성공회 신학자들까지 참여해 교단의 벽을 넘어 니케아신경에 담긴 공교회 신앙의 본질을 모색했다.

고려신학대학원(원장 기동연)은 6일 충남 천안 캠퍼스에서 ‘니케아신경, 우리의 고백’을 주제로 니케아신경 1700주년 기념강좌를 열었다. 강좌에서는 4세기에 열렸던 니케아공의회에서 제안된 신앙고백이 오늘날 교회에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니케아신경은 사도신경, 아타나시우스신경과 더불어 공교회의 3대 신조로 꼽힌다. 325년 교회 대표들이 니케아(현 튀르키예 이즈니크 지역)에서 성경에 기초한 신앙의 정통을 정립하고자 작성된 신조다.

한국정교회 대주교인 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박사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신뢰하며 ‘자신을 맡긴다’는 고백이 니케아신경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그는 신자들이 니케아신경과 같은 교리를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로 “우리의 영적인 삶에 교리가 없다면 노가 없는 배를 타고 가는 것과 같다”며 “교리는 신자가 올바르게 그리스도께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리는 또한 신자가 구원의 길로 갈 수 있게 해주는 지침이 된다”며 “우리의 삶을 지탱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어준다”고 부연했다.

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은퇴교수가 니케아신경이 작성될 당시의 세계 교회 흐름을 지도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고려신학대학원 학생 등이 강연을 듣고 있는 모습.

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은퇴교수는 ‘오직 성경’을 외치며 상대적으로 신조를 경시해 온 과거 세계 교회의 흐름이 한국교회에서 어떤 긴장 관계를 형성했는지 짚었다. 그는 “19세기 미국 복음주의 부흥 운동의 ‘신조는 노, 성경만 예스’라는 모토가 한국교회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 개신교회의 선교로 시작한 한국 개신교회는 애초부터 ‘오직 성경’의 원리를 상당히 배타적으로 이해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그러나 “니케아신경과 같은 고대교회의 유산은 ‘오직 성경’을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지하며, 삼위일체에 관한 성경 메시지를 해석할 때 빠지기 쉬운 오류와 이단을 피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에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강좌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니케아신경 속 교회 연합의 메시지도 조명됐다. 서원모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그리스도교 역사상 최초의 에큐메니컬(교회일치) 공의회였던 니케아공의회의 역사를 짚었다. 그는 “니케아신경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고백하는 오늘날 모든 주요 그리스도교 전통의 공통 기반이 되며 교회일치운동의 신학적 토대를 제공한다”며 “오늘날 이 세계 안의 많은 교회가 삼위일체 신앙을 공유하고, 성경을 신앙과 삶의 원천으로 삼으며,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적 교회라고 스스로 고백하면서도, 성찬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전했다. 차보람 성공회대 교수는 “니케아신경은 오늘 갈등과 분열에 신음하는 교회가 다시 회복해야 하는 신앙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천안=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