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녀의 학교, 그리고 다음세대를 위해”...전국 기독 학부모들의 기도

입력 2025-11-06 16:41
기독학부모들이 전국기독학부모연합회 주최 제3회 ‘2025 거룩한 성회–학부모 연합 집회’가 열린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기도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이 다음세대를 위한 학부모 550여명의 기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온누리교회 찬양사역자 이우람 목사가 이끄는 IN+US 찬양팀의 인도로 찬양이 울려 퍼지자 학부모들은 두 손을 들고 하나님께 경배했다. 연세기독학부모회(연기모) 특송팀이 ‘신부의 세대’를 부를 때는 학교와 가정, 자녀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날 예배는 전국기독학부모연합회(대표 장유미)가 주최한 제3회 ‘2025 거룩한 성회–학부모 연합 집회’로 주제는 ‘새 시대 믿음의 지도를 완성하라’였다.

말씀을 전한 고성준 수원하나교회 목사는 히브리서 2장 1절을 본문으로 ‘시대의 도전자들’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전했다. 그는 “부모의 기도가 자녀를 살리고, 살아난 자녀들을 통해 이 나라가 살아난다”며 “하나님은 각 사람의 인생에 설계를 가지신 분이며, 그 계획(데스트니)안에는 풍성한 복과 돌파의 능력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수학과 출신으로 학자의 길을 준비하다가 부르심을 받은 그는 “말더듬이였던 내가 데스트니를 따라가니 20년째 설교자로 서 있다”며 “자녀들이 하나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부모가 영적 응원자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성준 수원하나교회 목사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다.

고 목사는 “한국의 데스트니는 기도”라고 강조했다. “윗세대는 생명을 걸고 기도했다. 그 기도의 열매로 지금 우리가 존재한다. 여러분의 기도가 곧 자녀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될 것”이라며 “이 세대의 가장 큰 위기는 기도의 단절”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 자녀 세대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인본주의, 진화론, 동성애·젠더 이슈 등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상 속에서 신앙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세상의 가치관이 아니라 하나님께 닻을 내리는 신앙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성경은 인간의 ‘쓸모’가 아닌 존귀한 존재로서의 가치를 말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인본주의에 잠식돼 있습니다. 우리의 자녀들은 ‘해야 할 일’을 부르신 하나님 앞에서 그 일을 ‘하고 싶게’ 되는 세대가 되어야 합니다.”
기독학부모들이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찬양하고 있다.

예배는 장유미 대표가 인도하는 ‘다음세대 회복을 위한 합심 기도’로 이어졌다. 장 대표는 “먼저 부모 세대가 시대를 분별하고, 하나님의 계획을 심령 가운데 새기며 우리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외쳤다. 학부모들은 눈물을 흘리며 “우리 자녀들이 부모의 기도로 살아가게 하소서” “학교와 가정, 교회마다 기도의 불이 다시 타오르게 하소서”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거룩한 성회는 연기모 창립 20주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전국기독학부모연합회의 주요 사역 중 하나다. 전국연합은 학교마다 영적기지국이 될 학부모 기도회가 세워지기를 꿈꾸며, 기독 학부모들의 기도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장 대표는 “어머니기도회가 자녀 개인을 위한 기도라면, 학부모기도회는 학교라는 공동체를 품는 기도”라며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그 학교의 모든 아이가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서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너진 교육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성경적 가치관과 세계관의 회복”이라며 “학부모 기도회를 통해 자녀들이 하나님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고, 세속적 가치관 속에서도 생각과 마음, 의지를 빼앗기지 않도록 세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학부모들이 초중고부터 대학교까지 학교별 학부모 기도회를 소개하는 팜플렛을 나누고 있다.

학부모들은 SNS에 개설한 ‘학부모연합기도방’을 통해 매일 기도문을 나누며 전국적으로 합심기도를 이어간다. 또한 분기별 리더십 세미나와 월례 오픈 기도회를 열어 정체성과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 집회 이후에는 각 학교로 돌아가 자발적으로 학부모 기도회를 세우며 기도의 네트워크를 확산시켰다. 2년 전 4곳이던 대학 학부모 기도 모임이 현재 14곳으로 늘었고, 초·중·고·대를 합쳐 66개 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기도회의 기본 원칙은 ‘학교 중심의 모임’이다. 각 학교 학부모들이 자녀·교사·학교를 위해 기도하고, 대학에서는 기독동아리와 교수들과 연대해 복음 전도와 신앙 나눔 활동을 후원한다. 이런 구조를 이들은 ‘삼겹줄 전략’이라 부른다. 기독 학부모, 기독 교사(교수), 기독 학생이 한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붙잡는 형태다. 장 대표는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 기도회를 통해 학생 신앙동아리가 새로 세워지거나 다시 살아나는 일도 있었다”며 “부모의 기도가 단지 자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교 안의 복음 생태계를 세워가는 영적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고 1학년 아들을 둔 이선정(50)씨는 “오늘 처음 참석했는데 기도와 찬양이 너무 뜨거워 감동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부모들도 급변하는 세계관 속에서 많이 혼란스럽다”며 “오늘 말씀을 통해 자녀를 위해 무턱대고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기보다, 믿음의 방향성을 붙잡고 기도해야 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숭의초등학교 학부모 기도 모임에 참여 중인 한세연(37)씨도 이날 처음 참석했다. 그는 “지난해 처음엔 3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34명으로 늘었다”며 “학부모 기도회는 매일 단체채팅방에서 기도문을 나누고, 한 달에 한 번 오프라인으로 모여 학교와 교사, 자녀를 위해 기도한다”고 전했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