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K-베이스볼 시리즈 평가전에서 장타자들을 대거 배치한 ‘공포의 타선’ 구축에 나설지 관심을 모은다. 현 대표팀에는 소속팀에서 줄곧 3루수로 활약했던 거포 유형의 선수가 다섯 명이나 된다. 이들이 동시에 3루수를 맡는 건 불가능하지만, 수비 포지션을 적절히 배분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달아 대형 타자들이 들어서는 강타선의 위력을 실험해볼 수 있다.
첫 소집 후 나흘간 훈련을 소화한 야구 대표팀은 6일 하루 휴식일을 가졌다. 대표팀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재개한 뒤 8일과 9일 양일간 체코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른다.
대표팀 내부에선 보이지 않는 ‘핫코너’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 KBO리그 포스트시즌을 빛낸 문보경(LG 트윈스)과 노시환(한화 이글스), 김영웅(삼성 라이온즈)은 3루수 자원이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송성문(키움 히어로즈), 퓨처스리그에서 맹활약한 한동희(상무)도 마찬가지다.
5명의 선수가 올해 때려낸 홈런 숫자는 무려 131개에 달한다. 노시환이 가장 많은 32개를 쳤고, 송성문(26개)과 문보경(24개), 김영웅(22개)은 20홈런을 넘겼다. 한동희는 퓨처스리그 최다인 27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다.
수비 포지션이 겹치지만 이들 장타자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있다. 수비 포지션을 나눠 가급적 많은 인원을 경기에 투입하거나 경기 상황에 따라 교체 카드로 쓰는 것이다. 다행히 3루수 외 수비 포지션을 소화했던 선수들이 있어 충분히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가 될 전망이다.
송성문은 소속팀의 상황에 따라 3루수뿐 아니라 2루수도 종종 소화했다. 김영웅은 고교 시절 유격수였던 터라 3루를 벗어나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지난 시즌 초반 삼성 유격수 이재현이 자리를 비웠을 때 공백을 메우기도 했다.
문보경은 지난달 한국시리즈에서 팀 동료 오스틴 딘이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1루수를 맡았다. 이미 노시환은 태극마크를 달고 1루 수비를 책임진 경험이 있다. 한동희 역시 1루수까지 가능한 자원으로 분류된다.
노시환은 “포지션에 상관없이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영웅도 “어느 포지션이든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류 감독은 이번 대표팀을 꾸리는 과정에서 올해 3루수 자원들의 활약이 좋았던 점,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해 선수 선발에 반영했다. 류 감독은 “팀 구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