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시와 일본 가고시마현 히오키시가 400여년 전 도자기로 맺어진 인연을 공예와 문화 교류로 이어가고 있다. 도자로 시작된 두 도시의 관계는 이제 장인과 시민이 함께하는 민간외교로 확장되고 있다.
두 도시는 정유재란 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남원 출신 도공 심당길의 후손, 심수관(沈壽官) 가문을 매개로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사쓰마 도자기의 명문인 심수관가는 15대에 이르기까지 400년간 도자 전통을 이어왔으며, 남원은 이를 역사적 자산으로 기려왔다.
1998년 ‘심수관 400년 귀향제’를 계기로 양 시의 교류가 재개됐고, 2008년에는 문화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2011년엔 심수관가의 도자기 작품 31점이 남원시에 기증되며 우정은 더욱 공고해졌다. 지난해에는 도자문화 교류·상생협약을 맺으며 공동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교류는 도자기에서 문화 전반으로 확산됐다. 2024년 춘향제에는 히오키 전통공연단이 무대를 꾸몄고, 8월에는 히오키 시민문화교류단이 남원을 방문했다. 10월에는 15대 심수관이 남원국제도예캠프에서 특별 강연을 열었으며, 11월에는 남원시립농악단이 히오키 미야마크래프트위크에 초청돼 농악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는 남원이 처음으로 민간 공예인 교류단을 구성해 미야마크래프트위크에 참여했다. 도예·옻칠·목공예 등 6명의 장인들이 현지 공방을 방문해 일본 전통공예의 운영방식과 지역축제 모델을 직접 체험했다. 심수관요에서는 ‘에쯔케(絵付け)’ 체험을 진행하고, 15대 심수관과의 만남을 통해 도자기 예술의 철학과 전통을 공유했다.
나가야마 요시타카 히오키시장과의 간담회에서는 향후 교류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교류 만찬에서는 양 도시의 장인과 시민이 함께 도자와 전통문화를 주제로 우정을 나눴다.
교류단은 일본형 공예축제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남원 도자문화의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남원시 관계자는 “남원과 히오키는 도자기로 맺어진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공예와 예술을 통한 교류를 계속 이어가겠다”며 “400년 전 흙과 불로 이어진 우정이 현대의 공예문화로 다시 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남원=최창환 기자 gwi122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