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중단됐던 제주 감귤 북한 보내기 사업이 재개될지 주목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를 위한 제주형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비타민C 외교’로 호평받았던 감귤 보내기 사업 재개를 제안했다.
제주도는 최근 정부가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통해 경색된 관계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지방정부 차원의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교류협력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 일환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남북교류협력기금 2억원을 편성해 감귤 보내기 사업 재개를 준비 중이다.
정동영 장관은 오 지사의 제안에 대해 “제주 감귤을 통한 남북교류는 관계 개선에 실질적 도움이 됐다”고 평가하면서 “제주의 남북교류 구상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제주 감귤 북한 보내기 사업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1월 100t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12년간 이어졌다. 이 기간 감귤과 당근 총 6만6000t이 북한에 전달됐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됐고, 5·24 대북 제재 조치로 사업은 중단됐다.
이후 2018년 11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송이버섯을 선물한 데 대한 답례로 200t의 감귤이 일시적으로 전달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제주도는 이후에도 사업 재개를 위해 여러 차례 정부와 협의를 시도했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오 지사는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대한민국의 외교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남북 관계에서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선도했던 제주가 새로운 평화시대를 여는 길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2008년부터 조성한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87억원이 적립돼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