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목회자포럼 1부] ‘교회와 정치’ 전문

입력 2025-11-06 12:56 수정 2025-11-06 14:40
이기용(오른쪽 첫 번째) 목사가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서 국민일보목회자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국민일보목회자포럼(사진)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이기용 목사)에서 열렸다. 아래는 ‘한국교회, 열린 토론 광장’ 1부 주제로 진행된 ‘교회와 정치’ 전문이다.

사회=이기용 신길교회 목사
-교회는 세속 정치에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며 어느 정도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한기채 목사=교회의 목적과 정치의 목적이 다르다. 세속적 정부는 정의와 자유를 실현하는 데 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정의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교회는 더 상위의 가치인 은혜에 대해 말한다. 예수님은 더 나은 의를 이야기하며 은혜를 제시하셨다. 교회는 성경적 가치를 제시하고 세상을 더 높은 차원으로 이끌고 모든 사람에게 더 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장치여야 한다. 교회와 정치는 그 역할과 영역이 명확히 구분돼 있으며 더 높은 차원에서 세속 세계의 가치와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 격변 상황을 지나면서 교회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 한국교회가 성숙하지 못하게 대처한 부분은 없었을까.
최윤식 박사=일단 미래 학자로서 한국사회의 미래정치를 보면, 한국사회의 가장 큰 위험성 중 하나는 내전 사회로 돌입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정치이념을 인정하지 못하고 싸우면 내전 사회로 들어가게 된다. 미국과 유럽도 그런 사회가 됐다. 그런 현상이 벌어지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것은 성도와 국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
성경적으로 모든 영역은 하나님의 주권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 성도들이 그 부분에 대한 책임과 사명이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목회자의 60%, 성도는 거꾸로 30%가 교회가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성도의 70%가 교회가 정치 참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것은 ‘목회자가 직접적 참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교회와 목회자를 구별해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분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정치의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나눠야 할 거 같다.

△김문훈 목사=교회가 정치에 개입한다고 할 때 저는 부산에서 왔고 손현보 목사가 제 동역자이기도 하다. 교회와 목회자는 정치에 대해 원론적인 메시지를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현 교회는 성도들에게 직접적인 답을 주려고 한다. 성도들의 필요와 정치적 성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난다. 한쪽 편에 서서 설교를 하면 양쪽에서 문제가 다 일어난다. 교회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성경적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다. 교회의 정치개입은 성경적 관점에서 원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답답하다고 빨리 답을 주려고 하니 혼란이 가중되는 것 같다. 교회가 정치적인 민감한 문제에 개입하면 역장용을 일으키고 염증이 생긴다.

△전석재 교수=교회가 정치과 분명히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교회의 본질은 복음적 가치와 신앙 원칙에 의해 설립되고 또 그것들을 이뤄가는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는 것이다. 세상 속에 속해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밀접하게 정치 안에서 속해 있다는 거도 현실이다. 그렇기에 하나님 나라 가치를 대변하고 세상을 바꿔 가는 것도 교회 역할이다. 그 사명을 이뤄가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소외계층을 돌아보는 것이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이상학 목사=교회와 정치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세상을 움직이는 정치라는 것은 (교인을 물고기라고 생각하면) 교인들이 살아가는, 일종의 물이다. 아무리 교회가 맑은 물을 주고자 노력해도 교인들이 섬기고 있는 물이 썩어 있다면 깨끗한 물에서 살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세상이 교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목회자가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목회 선상에 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이 있다.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웃의 관심과 필요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한국교회가 신뢰도를 잃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성경적 정치다. 선지자적 정치, 예언자적 정치인 진리 중심이다. 반면 왜곡된 교회정치는 진영 중심이다. 진리 중심이라는 것은 역사의 주관자 되신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리시는, 믿지 않는 이들까지 포괄하시는 보편적 하나님 나라의 가치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보편적 하나님 나라의 가치라는 것은 자유 인권 박애 평등 평화 정의 같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하나의 형질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교회의 소중한 가치로서 이런 가치들이 세상에 선포될 때 가난한 자를 섬긴다는 것은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 된다. 그렇게 되면 교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교회에 호감을 느낀다고 본다. 특정 이념을 사수하는 인상을 준다면 교회에 힘은 쇠락할 뿐 아니라 교회가 가지는 위치가 교회가 본래 ‘거룩하고 사도적인 교회’라는 정체성이 흔들리게 된다. 한국교회 현재 정치 참여는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박성민 목사=제가 읽은 책 중 하나 ‘모든 것이 정치이나 정치가 모든 것은 아니다’라는 것.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저희 같은 경우 간사 1600명이 되고 어떤 분들은 호남 쪽이고 어떤 분들은 영남 쪽이다. 그렇기에 어떤 이슈를 말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다. 그럴 때 저는 ‘기독교인은 단순 논리에 속하는 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는 좌파도 우파도 위파입니다”라고 한다. 그렇다면 위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성경에 근거해 하나님의 성품을 닮고 하나님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시는 메시지, ‘소외된 계층 향해 어떻게 접근하느냐’다. 그들의 필요에 얼마나 공감하며 나아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아픔과 필요를 알기 위해 정치라는 것을 피할 수 없지만 성경의 원칙을 이야기하며 공공 신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장동민 교수=한국교회 역사를 돌아보면, 교회와 정치는 결코 분리할 수 없고 전통적으로 아주 깊이 연결됐다. 예컨대 3·1운동이나 임시정부를 만들 때 기독교인이 핵심에 있었다. 당시에 반봉건 반외세라고 하는 어떤 시대 정신에 근거해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성립될 수 있었다. 또 해방 후 반공주의 산업화 등 우리에게 필요할 때 교회가 그 선두주자가 돼 지금의 대한민국이 성립될 수 있었다. 하나님의 가치를 이 땅에서 실현하는 것이 이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을 어떻게 판정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우리가 판단하는 시대정신이 진리에 따르는 것이지 진영에 따르는 것이 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운 부분이지만 한마디로 대한민국 사회 시대정신에 그 답이 있다. 시대정신을 파악해 꼭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것이 충족될 때 한국교회가 대한민국에 소망이 된다. 지금의 문제는 시대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AI가 중심이 되고 전 세계가 소용돌이 속에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시대정신을 갖고 교회에 목회자가 신학자가 해야 할 일을 판단해야 한다. 가장 쉬운 시대정신의 핵심은 가장 고난받고 핍박받고 고통받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이것이 시대정신의 모체다. 정치 참여를 해야 하지만 이것을 판정하는 기준은 가난한 자와 함께 하는 자인지 권력과 함께 하는 자인지 봐야 한다.

-한국교회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어, 기독교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반전시킬 수 있는지.
△최 박사=시대정신은 두 가지다. 하나는 초개인화 같은 현상적 시대정신이며 또 다른 시대정신은 변하지 않는 시대정신이다. 교회가 정치에 참여해야 할지 말지에 대한 질문 자체가 더 세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기에 정치는 올바른 것을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정치에 대해 질문을 하는 본질적인 것은 교회가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가치가 분명하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보편적인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한 목사=신뢰도에 대한 문제를 말할 때 교회는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다. 일반 세속 사람들이 추구하는 세속주의 정치에 관여하는 것 등 일반 사회와 교회가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세상이 실망했다고 본다. 이는 교회에 대한 기대를 말한다. 그러나 교회의 표현방식이 무례하다. 진리를 말할지라도 소통하며 그 방식에 있어 겸손하게 접근하면서 세상에서 하는 방식과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 목회자가 예언적 발언을 해야 하지만 정치가는 아니다. 우리는 예언적이고 이상적 말씀을 이야기하고 세상에서 말하는 대안을 말하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교회만의 차별성이 필요하다.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박 목사=왜 교회 신뢰도가 떨어졌을까 생각했을 때, 교회의 메시지가 정치화됐다고 본다. 복음이 정치화된 것이다. 복음의 진리 됨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 캠퍼스에서는 전도하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명 중 5명이 응답을 했다. 그러나 찰리 커크가 세상을 떠난 뒤 지난 2개월 동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캠퍼스에서 복음을 전하면 1/3이 복음을 영접하는 것이다. 찰리 커크가 전하고자 했던 선명한 메시지가 전해진 것이라 본다. ‘하나님의 질서를 세우고 유지하는 사람들’이라는 선명성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한국교회 정치적 영역에서 선명성이 있었는가 질문한다면 확답할 수 없다. 오히려 진영 논리는 분명했지만 선명성에 있어, 원칙에 있어 성경적 원리에서 뒷받침하지 못했다.

△김 목사=교회에서 메시지가 나갈 때 균형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다음 네 가지를 본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무엇인지, 교회의 필요가 뭐냐, 시대의 요청이 무엇인지, 내면의 절규가 무엇인지. 이 네 가지가 균형 갖고 융합해야 한다. 목사님의 메시지가 하나님과 교회 시대 성도의 필요 네 가지를 채운다는 측면에서 볼 때는 균형이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그 균형이 있을 때 신뢰가 회복된다고 생각한다.

△장 교수=한국교회 기성세대 목사님들은 1970년대를 제일 좋은 시대라고 생각한다.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돌아갈 수 없다. 이미 70~80년대 시대는 민주화 시대를 지났고 3당 합당 이후 보수와 진보의 양 진영으로 나누어졌다. 그것도 이제 30여 년이 지나면서 시효를 다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를 만났다. 새로운 시대를 만났다면 그에 맞는 이념과 정치철학을 구상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기도하고 지혜를 모아 새로운 영역이 필요하다.

△이 목사=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고 진리를 움켜잡을 수 있는 첫걸음은 시대의 고통을 듣고 시대정신을 듣는 것이다. 일본강점기 때 많은 사람이 친일을 기정사실로 하고 받아들였다. 그 속에서 어떤 것이 시대 정신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 나라에 가치가 자유 평등 인권 박애 이것을 통괄하는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 봐야 한다. 영국에서 요한 웨슬리가 흑인 노예 철폐 운동이 있었다. 영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노예 해방은 시대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하나님 안에서 회심한 영혼이 되니 그것이 시대정신이라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시대의 정신이라는 것은 성경의 가치와 조응될 수 있는지를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