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의 지난해 예산 집행률이 8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다 쓰지 못한 불용액은 370억원에 달했고, 보조금 반납액도 60억원을 넘겼다. 이월된 예산까지 합치면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해를 넘겨 집행되지 못한 셈이다. 힘들게 확보한 예산을 실제 사업에 투입하지 못하면서 행정 기획력과 집행 효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5일 국민일보가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2024년 회계연도 울산 남구 일반·특별회계 세출결산 총괄표’에 따르면 남구의 총 예산현액은 8306억6000여만원, 실제 지출액은 7042억5000여만원으로 집행률은 84.8%에 그쳤다. 예산 대비 미집행액은 약 126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다음연도로 이월된 금액이 825억원, 집행되지 않은 불용액이 373억원, 보조금 반납금이 6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예산의 약 15%가 연내 집행되지 못하고 이월·반납·불용 처리됐다.
부서별로 보면 기획예산실의 불용률이 72.5%로 가장 높았다. 위생과도 53.3%로 절반 이상을 남겼고, 도시창조과(3.9%), 건설과(6.4%) 등 주요 개발 부서에서도 수십억 원대의 불용액이 발생했다. 반면 보육지원과(0.5%), 노인장애인과(0.1%) 등 복지 분야는 상대적으로 집행률이 높았다. 예산이 주민생활 밀착형 사업에 집중된 복지 분야에서는 계획대로 집행된 반면, 투자·개발사업 부문에서는 행정 절차 지연과 설계 변경 등으로 연내 집행에 실패한 셈이다.
결산자료에 따르면 집행률 ‘0%’ 사업도 17건에 달했다. 관광과의 ‘해경초소 관광자원화’와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체육지원과의 ‘문수국제양궁장 조명 교체 사업’과 ‘남구 복합체육시설 조성’, 도시창조과의 ‘공업탑광장 야간경관조성사업’, ‘장생포 색채마을 경관개선 사업’ 등이 모두 예산을 전액 남긴 채 미집행됐다. 건설과의 ‘여천천 맨발산책길 조성사업’과 복지지원과의 ‘생활지원비 지원사업’ 역시 단 한 푼도 집행되지 않았다.
불용 사유는 ‘계획 변경 등 집행사유 미발생’이 가장 많았으며 ‘사업 취소’ ‘사업계획 변경’ 등 행정적 요인도 다수 포함됐다. 특히 기획예산실의 경우 예비비 편성액이 전체의 70%를 넘어 구조적으로 불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사업 기획과 집행 일정의 괴리가 반복되면서 예산을 확보하는 것에만 치중하고 실제 집행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의 한 예산 전문가는 “예산 편성 단계부터 사업 타당성과 집행 가능성을 정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