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읽힌 섬김 멈추고, 소외층으로…세상과 연대해야” [목회자포럼]

입력 2025-11-06 12:35 수정 2025-11-06 14:39
국민일보목회자포럼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서 개최한 ‘열린 토론 광장’ 2부 교회와 사회 세션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교회가 대중을 상대로 전도하려는 의도를 앞세우고 자신을 알리는 데 급급한 모습을 멈춰야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교회 스스로가 앞서 기독교의 공공성와 진실성에 대한 본질을 외면하고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목회자포럼(회장 이기용 목사)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이기용 목사)에서 개최한 ‘열린 토론 광장’ 2부 교회와 사회 세션에선 이같이 교회가 사회 신뢰를 잃은 배경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이어 교회의 본질을 스스로 회복하고 개교회주의를 넘어 지역사회와 지혜롭게 연대하는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됐다.

사회를 맡은 이기용 신길교회 목사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가 26.6%에 이르고, 2033년에는 37.1%까지 예상된다”며 “교회의 신인도가 더 떨어지는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토론의 문을 열었다.

국민일보목회자포럼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서 개최한 ‘열린 토론 광장’ 2부 교회와 사회 세션에서 김형근 목사가 토론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인호 더사랑의교회 목사는 교회가 자기 욕심에 앞서 ‘진실성’과 ‘공공성’을 잃었다고 우려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마치 졸부처럼 많은 것을 가졌지만 자기 책임을 알지 못한다”며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없고, 개교회주의에 빠져 한몸 된 의식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도 “언행일치의 삶에 실패했고, 교회가 개토화돼 ‘우리끼리’ 봉사하는 데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CCC(한국 대학생 선교회) 대표 박성민 목사는 교회의 선한 사역이 외면받는 이유로 “의도가 읽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일을 하는 의도가 전도나 교세 확장으로 읽혀버렸다”며 “교회가 권력 있고 돈 많은 이들만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은 가나안 성도 증가에 대한 이유로 “교회 신뢰가 떨어져 성도들조차 오기 싫어하지만, 기독교는 떠나기 싫어 가나안 성도로 남는 것”이라며 “또 신앙이 아닌 ‘문화’로 기독교를 소비하거나, 비대면 기술로도 신앙생활이 가능하다고 여기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목회자포럼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서 개최한 ‘열린 토론 광장’ 2부 교회와 사회 세션에서 한기채 목사가 토론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신뢰 회복을 위해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창조적 파괴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 목사는 “2017년 대비 20대 개신교인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교회가 세상의 ‘아주 늦은 추종자’가 되고 있다. 권력 중심에서 소외층으로 초점을 바꾸고, 개교회주의를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만으로 섬기자”라고 제언했다.

장동민 백석대학교 교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지혜로운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미디어 환경은 기독교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물리적 대항은 오히려 ‘혐오를 조장한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비기독교인 안의 선한 가치와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고 소통의 창구를 여는 것이 공공성의 출발점”이라며 “그들이 하는 것을 이해하고 긍정할 때 소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목회자포럼이 6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서 개최한 ‘열린 토론 광장’ 2부 교회와 사회 세션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인호 목사 역시 미디어 전략으로 “자기를 알리기에 급급하기보다 욕을 먹을 땐 오히려 잠잠하고, 건강한 언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때 교회가 욕먹을 시기에 방역 공무원들을 매주 찾아갔다”며 “처음엔 안 좋아했지만, 주변 가게 이름으로 도시락을 전달하자 가게 주인들과 시장까지 나서서 고마워했다. 이런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자세 변화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한기채 목사는 “비둘기처럼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로워야 한다”며 “신자들조차 ‘하나님 내 편 들어주세요’라고 기도하는데,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버린 것 같다. 영적 분별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훈 부산 포도원교회 목사는 “소금이 자기를 해체해 맛을 내듯, 빨리 인정받으려는 강박 관념을 버리고 묵묵히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근 순복음금정교회 목사는 “‘톱다운’이 아닌 ‘바텀업’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며 “대사회적 지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성령이 이 상황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살피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김동규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