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인 교회학교 청년부, 지역교회 넘어 연합한다

입력 2025-11-06 11:49

한국교회의 미래를 이끌 청년 세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목회데이터연구소최근 조사에 따르면 2023년 20대와 30대의 기독교 인구는 각각 15%, 19%에 불과했다. 2030세대 다섯 명 중 한 명도 교회를 찾는 않는다는 의미다. 연세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연구팀은 2024년 26%였던 기독교 인구 비율이 2050년에는 16.7%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른바 ‘인구 절벽’의 한복판에서 선 교회 학교와 청년부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생존을 넘어 부흥을 꿈꾸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과 교단의 경계를 허물고 거리 예배, 순회 집회, 연합 수련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절벽 끝에 연합의 씨앗을 뿌리는 이들은 “교회 이름을 내려놓고 예배자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청년부 없는 교회, 연합예배로 해답 찾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광장. 가을바람 속에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나님이 너를 엄청 사랑하신대”라는 찬양이 거리 위에 흐른다. S.G연합예배 현장이다.

‘오직 은혜 예배(Sola Gratia Worship)’라는 뜻의 S.G연합예배에는 소속 교회가 서로 다른 청년 40여 명이 모였다. 교회 이름도, 교단 간판도 없었다. 청년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나 되어 하나님의 사랑을 찬양했다. 이날 말씀을 전한 이성형 시멘트교회 목사는 “성취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결핍은 하나님과의 단절에서 비롯된다”며 “그 문제를 해결하실 분은 오직 예수님뿐”이라고 전했다.

작은 교회일수록 청년 예배의 갈급함은 크다. 박시온 산성교회 전도사(29)는 지난 1월부터 S.G연합예배를 시작했다. 그는 “청년부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작은 교회들이 많다”며 “청년들이 맡은 역할 없이 온전히 예배만 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합예배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지만,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박 전도사는 “금천구에 작은 교회들이 많아 함께 예배드리며 지역교회를 세우고자 여러 목회자에게 연락했지만 대부분 부정적이었다”며 “성도 이동이나 교단 색의 차이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때 교회 간 연합이 얼마나 단절돼 있는지 절실히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청년들이 모여 함께 찬양하는 자리는 교회와 공동체를 꿈꾸게 하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연합예배 초반엔 박 전도사가 홀로 모든 준비를 도맡았지만, 곧 다른 교회 청년들이 찬양팀에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여름에는 연합청년부 수련회까지 열리며 신앙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는 서울 양천구 에바다선교교회(김용우 목사), 금천구 산성교회(박노일 목사), 함께가는교회(고성욱 목사) 등 6개 교회가 순회 형식으로 예배를 주관한다. 청년들은 예배를 통해 서로 힘을 얻고 신앙을 새롭게 다지고 있다. 에바다선교교회 청년 황명주(30)씨는 “예배에서 받은 은혜로 다시 교회 청년부에 참여하거나 새롭게 사역에 헌신하는 이들이 생겼다”며 “흩어져 있던 청년들이 연합예배를 통해 다시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도사는 “S.G연합예배의 비전은 교회 이름을 내려놓고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나 되어 예배하는 것”이라며 “이 은혜가 각 교회의 선교 불씨로 번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으로 타오르는 지역 청년들

이 같은 연합의 움직임은 서울 강북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도봉구 한사랑교회와 강북구 수유리교회 등 지역 교회 3~4곳은 매달 한 번씩 모여 예배하는 ‘유플레임(U-Flame)’ 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이름은 “너(U)가 불꽃(Flame)”이라는 뜻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성령의 불꽃이 되어 지역을 밝히자는 의미다.

유플레임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한사랑교회(박규태 목사)와 수유리교회(임응순 목사)가 청년부 감소를 고민하며 시작했다. 2019년부터 연합예배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미뤄졌다가, 2022년 7월 첫 금요연합예배를 드리며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박규태(65) 목사는 “그날 성령께서 강하게 역사하셨고, 유플레임의 불씨가 터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유플레임은 정해진 조직도나 대표자, 재정 구조가 없는 완전한 자발적 연합체다. ‘성령이 인도하시는 대로’라는 원칙 아래, 예배 장소는 매달 교회들이 돌아가며 제공하고 찬양팀 역시 모인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다. 박 목사는 “연합은 같은 교단이나 지방회보다 ‘연합의 영성’이 더 중요하다”며 “누가 중심인지 정하지 않아도 성령께서 예배를 인도하시기에 예배마다 은혜가 넘친다”고 말했다.

유플레임 예배를 통해 삶이 변화된 청년도 있다. 수유리교회 청년 임다빈(21)씨는 “모태신앙이었지만 유플레임 예배를 통해 처음으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며 “부모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청년부 안에서도 진짜 공동체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박 목사는 “교회 성장주의나 이름을 드높이려는 경쟁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연합이 가능하다”며 “시편 131편 말씀처럼 ‘큰일을 이루려 힘쓰지 않는’ 낮은 마음으로 모일 때 부흥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제주 서귀포 문턱 낮춘 열린 집회

제주 서귀포 법환교회의 윤영광 목사가 이끄는 ‘라이즈업(RISE UP)’ 찬양집회는 2022년 10월 첫 모임을 시작으로 매달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청년들이 주일 외에도 평일에 함께 예배하고 싶다”는 요청에서였다. 점차 교단을 넘어선 청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집회로 확장됐다.

윤 목사는 “제주시는 대학이 있어 청년층이 비교적 남아 있지만, 서귀포는 청년 유출이 커 청년 인구가 적다”며 “외곽 교회들은 거리나 인력 문제로 연합의 기회를 갖기 어렵고, 몇몇 대형교회로 청년층이 집중되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라이즈업은 ‘문턱 낮추기’로 응답했다.

현재 법환교회·감산교회(최정호 목사)·모슬포중앙교회(정지욱 목사) 등 3개 교회가 함께하고 있다. 찬양은 주로 법환교회 찬양팀이 담당하지만, 참여를 원하는 청년이라면 누구든 무대에 설 수 있다. 말씀은 지역 담임목사들이 돌아가며 전한다. 윤 목사는 “예배는 말씀과 기도, 찬양의 기본 틀에 현대적 스타일을 더한 ‘블렌디드 워십(Blended Worship)’ 형식으로 자유롭고 은혜롭게 드린다”며 “누가 중심이냐보다 청년들이 함께 은혜받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귀포의 청년 인구 감소와 일자리 문제 등 현실적 제약이 있지만, 작은 연합이 청년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오고 공동체의 은혜를 경험하게 하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청년은 일꾼이기 이전에 하나님께서 천하보다 귀히 여기시는 한 영혼임을 기억해야 한다”며 “그런 마음의 변화가 있을 때 청년들의 목소리가 교회 안에서 더 풍성히 들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직접 세운 연합의 장

의정부시기독교청년연합회(의기청)는 지난해 1월 본격 활동을 시작해 매달 첫 토요일 정기집회를 연다. 의기청은 의정부시기독교연합회 산하 청소년분과에서 출발했으며, 2023년 11월 첫 찬양집회를 계기로 임원을 선출하고 운영체계를 갖췄다. 김주영(26)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청년예배가 사라진 교회가 많아졌다”며 “청년들이 함께 예배하고 교제할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연합예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집회는 준비부터 진행까지 표준 절차를 따른다. 의기청은 지역 찬양팀 리바이벌미니스트리, 제이플워십, 루트워십과 협력해 한 달 전 회의에서 주제를 정하고 장소와 설교자를 섭외한다. 이후 포스터를 제작해 SNS와 공문으로 홍보한다. 운영은 의기청이 주관하고 재정은 의기연 예산과 개인 후원으로 충당한다. 김 회장은 “직접 교회를 방문해 포스터를 나눠드린 덕분에 첫 집회에는 100명 넘는 청년이 모였다”며 “현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지난해까진 50~60명이 모였으나 올해는 20명 내외로 줄었다. 김 회장은 “집회 장소와 설교자, 찬양팀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본교회 사역 때문에 참여가 제한되거나, 청년들의 진로·경제적 제약으로 지속적 헌신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도 크리스천 청년들이 함께 예배하고 교제하는 공동체로서의 역할이 존재 이유”라며 “하나님께서 이끄실 것을 믿고 매달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째 이어지는 지역 노회 예배 연대

시편 133편 1절,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이 말씀 한 구절에서 시작된 연합의 불씨가 10년째 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예장통합 전국청년연합회 이중지(36) 회장은 “처음부터 문제 해결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예수 그리스도 안의 연합’을 이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년연합회는 지난달 25일부터 11월 1일까지 포항·김천·서울·제주·광양 등 5개 권역에서 ‘주님만이 영원한 왕이십니다’를 주제로 종교개혁일 연합예배를 열었다. 4회째를 맞은 이번 연합예배는 각 권역의 노회 청년연합회와 기독교 대학들이 함께 준비했다. 세상의 핼러윈 문화를 따르기보다, 종교개혁 정신을 회복하고 ‘예수 그리스도 한 분만을 높이는 예배’로 드려졌다.

이 회장은 “예장통합 교단 내에는 서울·대전·대구·여수 등 19개 지역 노회 청년연합회가 조직돼 있다”며 “연합예배는 각 지역 연합회가 주체가 되어 임원단과 지도목사단이 함께 꾸린다. 노회 교육자원부 예산의 지원도 받는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연합예배를 통해 ‘관계’의 변화를 경험한다. 실제로 연합 사역을 계기로 가정을 이룬 부부들도 있다. 이 회장은 “연합은 서로를 낫게 여기며 사랑하는 데서 시작된다”며 “함께 예배를 준비하고 기도하며 협력하는 과정에서 배려와 섬김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