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실화 맞아요”…총 지출 220만원의 초합리적 결혼식

입력 2025-11-06 09:15 수정 2025-11-06 09:50
부모님이 30년간 정성스럽게 가꾼 식물원에서 결혼식을 직접 준비하면서 어려웠지만 소중한 추억으로 남긴 김두현 씨의 결혼식 모습. 경북도 제공


‘부모님이 직접 일궈낸 수목원과 사과과수원에서 결혼식’, ‘총지출 220만원의 초합리적 결혼식’, ‘축의금 없이 가까운 친지만 초대한 결혼식’ 등은 경북도가 최근 개최한 ‘나만의 작은 결혼식’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은 결혼식 사연이다.

경북도는 ‘적은 비용으로 결혼하고 크게 행복한’ 결혼문화를 위해 공모전을 열고 총 31건(사례 분야 11, 장소 분야 20)의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획일적이고 상업화된 예식 문화에서 벗어나 부담 없는 결혼문화를 확산하고 새로운 결혼문화 기준(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7월 23일부터 약 두 달간 진행된 공모에는 사례 분야 15건, 결혼 장소 분야 24건 등 총 39건이 접수됐으며 지난 달 27일 심사위원회를 통해 최종 수상작이 결정됐다.

사례 분야에서는 예천에 거주하는 김두현 씨의 ‘내가 사는 식물원 속 작은 결혼식’ 사연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부모님이 30년간 정성스럽게 가꾼 식물원에서 결혼식을 직접 준비하면서 어려웠지만 소중한 추억으로 남긴 김 씨 사연은 심사위원의 만장일치 선택을 받았다.

또 부모님 사과 과수원에서 어릴 때 심은 메타세쿼이아 나무 앞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다가 고향 영주가 좋아져 내려와 살게 된 ‘나의 집 사과 과수원에서 결혼식을 하다’는 사연과 가까운 친지 60명만 초대하고 축의금 없이 구미에 있는 음식점에서 결혼식을 하고 두 딸을 둔 ‘채(이)소(이)를 키우는 작은 텃밭을 만든 이야기’가 각각 최우수에 선정됐다.

장려상을 받은 ‘우리들의 작은 결혼식 후일담’은 경북도로부터 작은결혼식 지원금 받아 총 220만원으로 결혼식을 진행한 사연과 함께 “작지만 함께 고민하며 결정하는 시간이 오히려 부부로서의 시작을 단단하게 만들어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귀촌프로그램 통해 울릉도에서 터를 잡은 후 호박엿 공장의 도움으로 만든 ‘호박 버진로드’와 직접 빚은 ‘울릉국화 막걸리’, 털머위 꽃 장식 등 지역 정서와 자연을 담고 이웃의 도움으로 대피소에서 결혼식을 한 ‘울릉도에는 결혼식장이 없다던데’도 눈길을 모았다.

결혼 장소 분야 대상은 접근성과 편의성, 실내외 예식이 모두 가능한 공간 구성, 높은 활용성을 인정받아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은 안동시 남후면에 있는 ‘토락 토닥’ 카페가 선정됐다.

또 편의시설과 실내외 공간이 잘 갖추어진 상주 ‘명주정원’, 한옥 특유의 편안함이 살아 있는 성주 ‘청천서원’, 넓은 잔디광장과 편의성을 갖춘 의성 ‘어울마실’이 최우수로 뽑혔다.

경북도는 수상작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주요 행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예비)신혼부부들이 작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시군에 안내하는 등 작은 결혼식 문화 확산을 위한 홍보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민간 예식장이 아닌 다양한 장소에서 양가 합산 100명 이하의 결혼식에 최대 300만원의 결혼식 비용을 지원하는 ‘작지만 특별한 결혼식’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주관기관인 경북여성정책개발원에 문의하면 된다.

최순규 경북도 저출생대응정책과장은 “이번 공모전에 선정된 작은 결혼식 사례 및 장소를 적극 활용해 관행적인 결혼문화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고 마음으로 축하해 주는 작은 결혼식 문화를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