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는 출범 후 4개월 동안 부동산 정책을 세 번이나 발표했다. 규제지역에서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에서 40%로 낮췄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전역과 수도권 12개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하지만 청년들은 부동산 대책에 관심도 믿음도 없다. 5년 차 직장인 최모(28)씨는 일찍이 ‘내 집 마련’을 포기했다. 최씨는 “직장을 생각하면 적어도 수도권에는 집을 구해야 하는데, 월급과 미친 집값을 비교해 생각하면 내 집 마련은 배부른 소리”라며 “부동산 정책도 정부마다 바뀌기에 지금은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평균가격은 2015년 9월 5억원대에서 지난 9월 14억원대로 10년 새 178%나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의 무관심을 ‘철없음’으로만 볼 수는 없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월급의 절반을 저축해도 서울 평균 아파트를 사려면 133년이 걸린다.
대신 청년들의 시선은 주식과 코인으로 향하고 있다. 시드머니가 부족한 청년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코인 투자에 나선다. 취재 중 만난 한 20대 직장인은 “지금 투자 중인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가 올라야만 내 집 마련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2026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Z세대의 금융자산 중 투자·가상자산 비중은 26.3%로 전년 대비 1.4% 포인트 증가했다.
청년을 더욱 회의감에 빠지게 하는 것은 정책 입안자들의 내로남불식 태도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경제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공무원 50여 명 중 약 17명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집이 있다며 손을 들었다. 이 중 약 8명은 대출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고가 아파트 갭투자 의혹이 불거지자 이내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서울 서초구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했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여론에 못 이겨 한 채를 처분했다.
직(職)과 집 모두를 가진 일부 고위 공무원은 어쩔 수 없이 하나를 취사선택했다. 하지만 청년은 버릴 직도, 가질 집도 없다.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고민하는 동안 정부가 아웃사이더가 된 ‘청년심(心)’을 얼마나 진지하게 들여다 봤는지 의문이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