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사라지는 도심 속 입양센터, 구조동물은 어디로?

입력 2025-11-06 00:11 수정 2025-11-06 00:11
동물권행동 카라가 지난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파주 더봄 센터의 사진(왼쪽)과 카라 활동가가 지난 4일 현장을 방문해 같은 구도로 촬영한 사진(오른쪽). 본래 방문객을 맞이하는 용도로 활용해 온 로비가 구조동물로 가득 찬 상황이다. 동물권행동 카라 노조 제공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입양 창구였던 동물단체 카라의 입양센터가 폐쇄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조에서는 입양률이 높은 도심형 입양센터를 카라 측이 사전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폐쇄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운영진은 이용률 감소와 재정 악화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논란 속에서 포화 상태인 타 센터로 이관된 동물들의 복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입양센터 더불어숨센터를 폐쇄했으며 조만간 매각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포 센터에서 보호하던 동물 13마리 중 10마리는 앞서 지난달 31일과 지난 2일 이틀에 걸쳐 역시 카라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의 입양센터인 더봄센터로 옮겨졌다.

포화상태에 추가 된 10마리…동물복지 악화 우려
폐쇄된 마포 센터 동물들이 이관된 파주 센터에는 비상이 걸렸다. 파주 센터가 현재 보호하고 있는 동물은 300마리 정도로 이미 수용 능력을 초과한 상태다.

추가로 동물 10마리가 이관된 뒤에는 센터 로비에 신규 입소 동물들을 위해 동물 분리용 칸막이가 설치됐다. 공간 부족탓에 방문객을 맞이하던 로비를 케이지와 구조동물 수용 시설로 활용하고 있는 것. 카라 활동가는 “동물들이 더 들어온 뒤 일부 구조견은 하루 20시간 가까이 작은 이동장에 갇혀 생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파주 센터가 외부에 위탁한 동물들이 30마리라는 점에서도 추가 수용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측은 “센터에 공간이 없어서 외부에 구조 동물을 위탁한 상황”이라며 “위탁 보호소에서 4년째 지내고 있는 강아지도 있다. 추가 수용은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한 설명이나 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센터 폐쇄와 동물 이송이 진행됐다는 점이 정말 문제”라며 “매각이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가피한 선택" 운영진 입장은...
반면 카라 운영진은 재정 악화로 인해 매각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이미 2021년부터 매각 논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4년 20억4000만원에 매입한 마포 센터의 현재 시가는 4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카라 전진경 대표는 “현재 마포 센터에 14억원의 대출이 잡혀 있다. 일부는 개인 대출까지 받은 상황”이라며 “센터를 매각해 대출을 상환한 뒤 감당 가능한 곳으로 옮기자는 논의는 이전부터 있었고 모두 찬성했다”고 밝혔다. 마포 센터의 시민 방문율이 낮고, 입양률 역시 파주 센터가 높다는 게 운영진 측 주장이다.

환경 악화 문제에 대해서도 지나친 걱정이라는 입장이다. 구조동물이 파주 센터 이동장에서 지내고 있는 건 보호공간 부족 때문이 아니라 해외입양을 위한 켄넬링 교육을 사전 준비한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서울 마포구 더불어숨센터 2층에 위치한 입양카페 '아름품'의 전경. 침대, 소파, TV, 카펫 등으로 일반 가정집처럼 꾸며 도시환경과 가정환경을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도심형 입양센터, 이대로 사라지나
어려운 재정 여건은 국내 대부분의 동물단체가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다만 시민 접근성이 좋은 도심형 입양센터가 연간 10만 마리 이상 발생하는 유실·유기동물의 입양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는 점에서는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정집을 콘셉트로 한 마포 센터의 입양카페 ‘아름품’은 구조동물의 사회화를 지원해 호평받았다.

현재 마포 센터 단체 대화방에는 활동가를 포함해 61명의 봉사자가 있다. 이들 중 파주 센터로 봉사처를 옮길 수 있는 시민은 전무한 상황이다. 마포 센터에서 4년째 장기 봉사 중이라는 한 시민은 “도심에 동물단체 명의로 건물을 소유하면서 가정집 형태로 꾸며놓은 것은 마포 센터가 유일한데 매각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라의 정기 후원 회원이자 마포 센터에서 유기견을 입양했다는 한 자원봉사자도 “회원에게도 매각 과정이나 자금운영 계획을 설명한 바가 없다”며 “반려견을 입양한 센터가 사라진다고 해서 허망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발라당 입양센터’를 운영하는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최미금 대표는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서 산책도 하고 봉사자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 동물의 교감도도 증가하고 입양 가능성도 올라간다”며 “동물을 견사·묘사에 넣어두는 보호소도 중요하지만 입양 기회를 높이는 도심 입양센터는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orca@kmib.co.kr